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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배 15명 숨진 다음날…브라질 감옥에서 시신 42구 발견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7일(현지시간) 브라질 북부 아지니우 조빙 교도소 앞에서 사망한 수감자의 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브라질 북부 아지니우 조빙 교도소 앞에서 사망한 수감자의 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브라질 북부의 한 교도소에서 일어난 폭동 사건으로 57명이 숨졌다. 2년 전에도 59명이 사망했던 곳이다. 이미 오래전 포화 상태가 된 브라질 교도소의 수감자 관리 문제가 제기된다.

칫솔 깎고 목 졸라 살해…“카오스”

 영국 BBC방송은 28일(이하 현지시간) “브라질 마나우스 시에 있는 교도소에서 폭력조직 간 충돌로 15명이 사망한 이튿날에 42명의 수감자가 숨진 채 더 발견됐다”고 브라질 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42명의 사인은 모두 질식사라고 추정했다.

 브라질 북부 아마조나스 주의 주도(州都)인 마나우스 시에 위치한 이 교도소의 이름은 아니지우 조빙(Anisio Jobim) 교도소다. 일요일인 지난 26일 폭력조직 간 파벌 싸움으로 15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뾰족하게 깎은 칫솔을 무기 삼아 상대를 찌른 것으로 밝혀졌다. 서로의 목을 졸라 죽이기도 했다.

26일(현지시간) 브라질 북부 아지니우 조빙 교도소 앞은 가족의 생사를 직접 확인하려는 수감자들의 친척이 모여 장사진을 이뤘다. 이들은 중지손가락을 들어 사건 정보를 제한하는 경찰들에게 항의했다. [AP]

26일(현지시간) 브라질 북부 아지니우 조빙 교도소 앞은 가족의 생사를 직접 확인하려는 수감자들의 친척이 모여 장사진을 이뤘다. 이들은 중지손가락을 들어 사건 정보를 제한하는 경찰들에게 항의했다. [AP]

 익명을 요구한 한 수감자의 어머니는 브라질 현지 언론 리오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완전한 대혼란(카오스)이었다”고 폭동 당시 상황을 전했다. “모두가 뛰기 시작했고 모든 수감자가 감방 출입문과 벽에 있는 문을 두드렸다. 통로로 달려 내려오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악명높은 브라질 감옥…살해·학살 빈번

 그런데 다음날 교도관들이 통상적인 생활 점검을 하는 과정에서 42명이나 추가로 숨진 사실을 파악했다. BBC는 “추가 사망자들은 수감시설 네 동에 산재해있었다”고 전했다. 연방 법무부는 교도소 운영 실태 및 정확한 사건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긴급대책반을 편성했다. 폭력조직 간 세력싸움이 추가 살해로 이어졌는지, 마약밀매 등과 관련이 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 교도소는 2년 전에도 내부 폭동으로 59명이 사망한 악명높은 수감시설이다. 지난 2017년 1월 경쟁 관계에 있는 범죄조직원들이 17시간의 혈투와 인질극을 벌인 끝에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 지난해에는 교도관 1명이 살해되기도 했다. 당시 당국은 수감자 12명을 용의자로 지목해 체포했다.

 브라질 교도소의 열악한 수감환경 문제는 일찍이 지적돼왔다. 1990년대부터 이미 세계를 놀라게 한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CNN은 2017년 사건 당시 “1992년 ‘카란지루(Carandiru) 대학살’이래 최대 인명 피해”라고 보도했다.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한 카란지루 사건은 111명의 사망자를 내 브라질 사상 최악의 교도소 수감자 살해 사건으로 일컬어진다.

 경비가 삼엄한 브라질 북부 아지니우 조빙 교도소 입구 전경. [AP]

경비가 삼엄한 브라질 북부 아지니우 조빙 교도소 입구 전경. [AP]

수용인원 2배 밀집…범죄자↑·예산↓

 핵심 문제는 교도소 과밀화다. 올해 4월 기준으로 총 71만2305명이 브라질 교도소에 수감돼있다. 이는 실제 수용 가능 인원(약 36만명)의 2배에 가까운 숫자다. BBC는 “정상 범위를 벗어난 범죄자 밀집이 자연스레 조직 간 폭력, 폭동, 그리고 때때로 탈옥 시도를 유발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에는 중무장한 범죄자들이 교도소 외부에서 내부로 폭발물을 발사해 교도관을 살해하고 92명가량의 수감자를 탈옥시키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브라질 전역의 범죄가 갈수록 흉악해지는 게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브라질 수감자 수는 미국(210만명)과 중국(160만명)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비정부기구(NGO)인 코넥타스(Conectas)는 지난해 브라질 공공안전부가 이 같은 교도소 수감자 실태를 발표하자 “전 세계 교도소 수감자 수가 감소 추세인데 폭력지수가 높은 브라질만 이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로서는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없다. 브라질 정부는 2025년에는 수감자가 현재의 두 배인 147만명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앞으로 7년간 250억 헤알(약 7조4천670억원)의 재원을 들여야만 적정 수준의 수감시설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가 어렵다. 지난해 브라질의 공공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76.7%로 1년 전(74.1%)보다 2.6%포인트 높아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브라질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2.1%)를 석 달 전보다 0.4%포인트 내렸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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