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SKY캐슬' 촬영지 논란···"분양가 뻥튀기""적정 가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기 드라마 'SKY 캐슬' 촬영지였던 경기 용인의 L단지. [사진 JTBC]

인기 드라마 'SKY 캐슬' 촬영지였던 경기 용인의 L단지. [사진 JTBC]

드라마 'SKY 캐슬'을 찍어 이른바 '핫플레이스'가 된 경기도 용인의 한 골프장 내 주택(빌라) 단지가 '분양가 뻥튀기' 논란에 휩싸였다.

경기도 용인 L 빌라·주택 단지 두고 논란 #일부 매수인 "과장 광고에 속았다" 주장 #소유자 "막대한 재투자, 가격 적정" 반박

일부 매수인은 "과장 광고에 속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소유자 측은 "집값을 부풀린 적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A씨(42·여)는 지난해 말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을 보다가 극 중에서 '대한민국 최고 명문 사립' 주남대 교수들이 모여 사는 유럽풍 주택가가 어디인지 궁금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드라마 촬영지가 용인시에 있는 L단지(빌라·단독형) 라는 사실을 알았다. A씨는 이 지역 집들을 판다는 사이트에서 사전 예약 후 같은 달 25일 단지 안 모델하우스를 찾았다.

A씨에 따르면 이날 매매 대행사 측은 "원래 분양가는 10억원이 넘는데 약 30%를 할인해 7억원에 판다"고 홍보했다. A씨는 집 1채(247.32㎡·75평)를 계약하고, 이튿날 집값 13억4000만원의 10분의 1(1억3400만원)을 계약금으로 냈다. 콘도 단지 소유자가 국내 굴지의 H은행인 데다 '파격적인 할인가'에 집을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여겨서다.

이후 지난 1월 애초 사려던 집보다 작은 다른 집(133.08㎡·40평)을 7억900만원에 다시 계약했지만, '인기 드라마에 나온 그림 같은 집을 싼 값에 잘 샀다'는 믿음은 바뀌지 않았다.

이런 믿음이 무너진 건 지난달 초다. A씨는 "지인을 통해 대행사 측이 만든 팸플릿에 적힌 (다시 계약한 작은 집) 원분양가(10억원)가 2010년 12월 준공 당시 가격이고, 소유자인 H은행도 시행사 부도로 약 3억원에 매입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A씨가 계약했거나 처음에 계약하려던 두 집의 실거래가는 지난해 2월 기준 각각 3억5600만원, 7억원이었다.

A씨는 "집을 살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가격인데 10억짜리를 7억에 사는 것과 3억짜리를 7억에 사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며 "L 단지가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자 소유자와 매매 대행사 측이 이를 악용해 매수인들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업체 측에 계약금 환불을 요구했다. 이달에는 H은행을 상대로 수원지법에 계약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행사 측은 "시장의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적정한 가격을 책정했고, 법적 문제도 전혀 없다"고 반박하며 계약금 환불을 거부했다. 아울러 "원분양가는 10년 전 분양 당시 이미 공개된 내용인 데다 준공 전 값을 매겨 공시하는 분양가와 달리 매매가는 파는 사람이 책정한 가격에 거래된다"고 했다. 대행사 관계자는 "소유자가 해당 세대를 3억원대에 산 건 맞으나, 매입 후 리모델링 및 보수, 서비스 개선 등에 막대한 금액을 추가로 투자해 '3억원짜리 집'이라는 표현 자체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L단지는 2009년 S건설이 용인시 4만3759㎡(약 1만3000평)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4층 규모로 준공했다. 타운하우스형(빌라)·듀플렉스형(한 지붕 아래 두 개 대문 둔 집)·단독형(독립 주택) 등 총 3가지 타입으로 91세대로 구성됐다. 대행사 측은 "한 사모펀드가 지난해 2월 전체 91세대 중 63세대를 480억원가량에 사들인 뒤 추가 투자를 통해 새롭게 단장한 상품"이라며 "같은 달 H은행을 명의 신탁자로 등기를 마쳤다"고 했다.

용인=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