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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승차장 광고 독점 수익 과다.기부채납해라" 서울시,프랑스 회사 압박

중앙일보

입력

지난 15년간 6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린 버스 승차대 옥외광고 사업 연장을 놓고 서울시와 프랑스계 회사가 갈등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는 “그동안 막대한 독점이익을 거뒀으니 승차대를 조건 없이 기부채납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해당 업체는 “계약서대로 승차대 소유권과 협상 우선권이 우리한테 있다”며 맞서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버스 승차대. [사진 뉴스1]

서울 강남구의 한 버스 승차대. [사진 뉴스1]

27일 서울시와 프랑스계 옥외광고 회사인 JC데코코리아에 따르면 양측은 6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시설물 소유권, 사업 협상 우선권 등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협상이 결렬되면 JC데코가 사업권을 내놓고 500여 개의 버스 승차대를 철거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시민 불편이 불가피해진다.

서울시-프랑스계 광고회사 JD데코 갈등 #승차대 542개 설치·보수관리하는 대신 #15년간 광고사업 독점권···6월 계약 만료 #막대한 이익·배당 올리자 서울시가 ‘제동’ #오늘 협상···결렬 땐 승차대 철거될 수도

서울시는 2003년 5월 서울시 버스 중앙차로 정류소의 관련 시설물을 JC데코에게 위탁하는 계약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때다. 버스 중앙전용차로제 시행을 앞둔 시점에 계약했다. JC데코가 강남대로·천호대로 등 542개의 승차대를 설치해 유지·관리하는 대신 광고 사업권을 독점 유치해 수익을 올린다는 내용이었다. 계약 기간은 2004년 7월부터 15년으로, 1차 협약(승차대 241개)은 다음달 30일 만료된다. 2차 협약(301개)은 10월 31일 만료된다.

JC데코는 자본금 10억원에 불과하지만 지난 15년간 누적 매출 2127억원, 영업이익 624억원을 기록했다. 평균 영업이익률이 29.3%에 이른다. 프랑스 본사는 배당으로 333억원을 가져갔다. 수수료나 재고자산 구입비 등을 더하면 프랑스 본사의 수익은 더 커진다.

서울 강남대로의 버스 승차대. 김상선 기자

서울 강남대로의 버스 승차대. 김상선 기자

하지만 계약 조건은 서울시에 불리하게 돼 있다. 서울시와 JC데코는 당시 ▶계약 만료 시 JC데코에게 우선 협상권(수의계약)을 주며 ▶시설물 소유권은 JC데코에게 귀속된다고 계약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이나 서울시 의회에서 “사업수익률 제한이나 유지관리 지침이 없다” “기부채납 조항도 없이 독점 기간을 과도하게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양측은 계약 기간 만료에 따라 지난 2월 물밑 협상을 시작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최초 계약이 잘못 됐으니 제로베이스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JC데코 측은 “계약서대로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원목 서울시 교통기획관은 “당시 초과이익 환수, 계약기간 만료 시 소유권 이전 같은 규정을 넣지 않았던 게 아쉽다”며 “승차대는 도로라는 공공 시설물 위에 조성된 것이다. 이제라도 무상으로 기부채납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JC데코 측은 “지금까지 시설 투자만 250억원, 매년 10억~20억원의 유지관리비를 부담해왔다”며 “리스크를 안고 황무지(승차대 광고 사업)를 개척한 것인데, 이제 와서 기부채납을 하라는 것은 서울시의 횡포”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의 버스 승차대. 임선영 기자

서울 서초구의 버스 승차대. 임선영 기자

서울시는 지난 22일 정류소 시설물을 유지·관리할 새 사업자를 찾기 위한 공고를 낸 상태다. JC데코와 연장 계약이 파기되면 수백 개의 승차대가 모두 철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러면 철거 비용도 시빗거리지만, 애꿎은 서울시민만 불편을 겪어야 하고 교통정체·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협상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김주용 JC데코코리아 대표는 이날 서울시에 타협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JC테코 측은 “승차대를 기부채납하고, 철거비용에 상당하는 금액(40억~50억원)과 수익 중 일부를 사회공헌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사업 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원목 교통기획관은 “(JC데코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살펴보고 판단할 것”이라며 “법적인 기준은 물론 타 사업과 형평성 등을 따지되 시민 편익과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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