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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산업 현장과 실증 분석에서 거듭 확인된 최저임금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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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저임금 과속 인상의 충격이 거듭 확인되고 있다. 취약계층의 고용 감소와 소득분배 악화가 통계적 실증분석과 현장조사로 잇따라 입증되면서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조사를 이용한 ‘한국의 최저임금과 고용’ 분석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고용은 줄고 소득분배도 악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결과는 25일 한국경제사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으로 중앙일보 연재 ‘이코노믹스’(5월 21일자 24면)에도 보도됐다.

2년간 29.1%에 달하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근로시간·소득분배에 모두 악영향을 미쳤다. 김 교수는 “지역 간 임금 분포 차이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고용 감소 효과가 뚜렷했다”고 말했다. 통계적 추정으론 최저임금을 1% 올릴 때마다 일자리 1만 개가 사라졌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 16.4%를 고려하면 약 16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매년 30만 명에 달했던 취업자 수가 지난해 10만 명에도 미치지 못한 이유를 보여주는 분석이다.

더구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위임금’ 대비 중하위 근로자 임금은 올해 들어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인 프랑스 수준에 도달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중위임금은 ‘전체 근로자의 임금 순위에서 중앙에 위치한 근로자의 임금’을 의미한다. 이를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소득 하위 25%는 이미 중위임금의 7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를 두고 ‘최저임금을 올려 저임금 근로자가 줄어드는 효과를 얻었다’고 자찬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막을 알고 보면 아연실색할 만하다. 최저임금 인상 충격으로 아예 일자리가 사라져 도태된 사람은 임금 비교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소득분배 악화로 이어졌다. 취약계층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소득 하위계층으로 내려갈수록 근로소득의 감소 폭이 커지면서다. 정책 의도와 달리 일자리도 잃고 소득분배도 악화했다는 얘기다.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정부 의뢰를 받아 분석한 조사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줬다.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 영세 기업에서 고용과 근로시간 감소가 동시에 발견됐다. 정부는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당장 이달 말 구성되는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부터 중립성을 보장해 과감하게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2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실업자 125만 명 시대를 끝내고 경제를 위기에서 회생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