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동 여경’ 논란에…“경찰 체력 검정 기준은 남녀 구분 없이 높아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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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동 경찰관 폭행사건. [사진 서울 구로경찰서 제공]

대림동 경찰관 폭행사건. [사진 서울 구로경찰서 제공]

여성 경찰관이 취객을 제대로 제압하지 못했다며 비판받은 이른바 ‘대림동 여경’ 논란은 ‘여성 경찰관 무용론’으로까지 번졌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여성 경찰관 전체에 비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여성 경찰관이 오히려 역량 뛰어난 경우 많아”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20일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논란으로 일각에서 제기된 ‘여경 무용론’에 대해 “여성 경찰관이 남성 경찰관보다 뛰어난 역량이 있는 게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여성 경찰관의 공감 능력이 남성 경찰관보다는 훨씬 높기 때문에 여성 경찰관이 아동 학대 범죄나 여성 피해 범죄에서 좀 더 면밀하게 조사할 수 있다”며 “대화의 기술 또한 여성 경찰관이 남성 경찰관보다 더 정교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다만 이번 문제는 ‘물리력 행사를 독점적으로 할 수 있는 직업이 경찰인데, 그것을 왜 제대로 못 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라며 “법제도 틀 안에서 여성 경찰관은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일반적인 국민 시각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보이는 괴리감이 모여 (논란이) 증폭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여경 체력 검정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그 기준은 여성 경찰관이든 남성 경찰관이든 함께 높여야 한다”고 답했다. “현장 대응력을 높일 필요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 교수 설명이다.

이 교수는 “모든 경찰 업무가 물리력과 근력을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만이 체력 조건을 높여 한다’는 주장은 논리에 비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 업무 70% 이상이 소통” 

프로파일러 출신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여경 무용론은) 세계 경찰 흐름에 전혀 어울리지 않고 역행하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표 의원은 “경찰 업무 중 육체적인 물리력이 사용되는 업무가 가장 많은 나라나 지역도 30% 미만이고, 경찰 업무 70% 이상은 피해자 말을 듣고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등의 소통 업무”라며 “여성 경찰관이 남성 경찰관과 짝을 이뤄 출동하는 경우 남성 경찰관끼리 짝을 지어 출동하는 것보다 물리적 출동이 발생할 비율이 훨씬 낮아진다는 보고도 있다”고 전했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지난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동영상이었다. 여기엔 술 취한 남성 1명으로부터 뺨을 맞은 남성 경찰관이 그를 제압하려 하자 다른 남성이 남성 경찰관과 여성 경찰관을 밀치는 장면이 담겼다. 여성 경찰관이 “남자분 한 명 나와주세요”라고 말하는 모습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일각에서는 시민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의 대처가 미숙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에 따르면 여자 경찰관이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한 건 매뉴얼을 어긴 게 아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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