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특융」 회수 "감감" |6개 은 지원 1조7천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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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부실기업 정리과정에서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지원한 1조7천2백22억 원에 달하는 저리 특혜성자금인 소위 한은 특융이 4년이 지나도록 한푼도 회수되고 있지 않다.
정부와 한은은 84년 이후 부실 해외건설업체 정리와 해운산업 합리화조치 등과 관련, 이들 업체의 부실채권을 떠 안은 5대 시은 및 외환은행의 수지악화를 보전해주기 위해 연리 3%의 싼 자금을 지원했다.
한은특융은 85년 12월 3천억 원이 지원된 것을 시발로 86년5월 6천8백44억 원, 87년 5월 7천3백78억 원 등 모두 3차례에 걸쳐 1조7천2백22억 원이 나갔는데 은행별로는 상업은행이 9천56억 원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는 외환은행 3천8백27억 원, 조흥 2천54억 원, 제일 1천76억 원, 서울 신탁 8백75억 원, 한일 은행 3백33억 원 등이다.
한국 은행은 특융자금이 결국 국민의 부담이 되기 때문에 해당 은행들의 경영 여건이 개선되는 대로 이를 회수하겠다는 입장을 작년 가을 국회 국정감사 이후 여러 차례 밝혀왔으나 아직껏 구체적인 계획과 일정을 전혀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시중 은행들이 작년 이후 잇따른 대규모 증자와 대출금리인상 등으로 작년 총 이익 증가율이 81%에 달한데 이어 올 상반기 중 이익 증가율은 1백%를 넘어서는 등 경영이 크게 호전되고 있으나 한은은 특융회수에 소극적이다.
한국 은행이 특융 회수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아직껏 회수 계획조차 마련하지 못하고있는데는 해당 은행들이 금융자율화에 따라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특융 연장을 계속 요구하는 등 치열한 로비에도 한 원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엄청난 규모의 한은 특융은 국민들의 부담을 고려, 하루 빨리 회수되어야 하나 이를 한꺼번에 회수할 경우 해당은행들의 자금압박이 심할 것이므로 단계적으로 원금을 회수하거나, 이것마저 여의치 않을 경우 현재 연3%의 싼 이자를 한은의 재할금리 수준인 8%로 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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