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NYT지, 주민 인터뷰 게재 |"북한은 미국과 관계개선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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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뉴욕=박준영 특파원】북한은 소련이나 중국에서와 같은 개혁을 원치 않고 있으나 여러 분야에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음이 틀림없다고 뉴욕 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평양축전 취재 차 북한을 방문중인 이 신문의「니클라스·크리스토퍼」기자가 평양과 남포·개성 등지의 주민들을 인터뷰해서 쓴 이 기사는 북한의 많은 주민들과 관료들이『북한에는 개혁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변화의 조짐이 여러 군데서 발견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북한 사람들은 과거보다 훨씬 편한 마음으로 외국인들과 얘기를 나누고 가끔씩은 말을 걸어오기도 하며 젊은이들이 연애를 하기도하며 많은 사람들이 서양 옷을 입고있으며 특히 여자들은 밝은 색깔의 옷을 입고 자주 퍼머를 하고있다.
특히 일부 북한 주민들은 미국의 소리방송(VOA)과 한국 방송의 뉴스프로그램을 청취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변화는 수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이 신문은 평양에 살고있는 외국인들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이 기자는 80년만 해도 미국에 대한 인상을 물으면 미국에 대한 비난과 남조선 괴뢰를 들 먹이던 북한 학생들이 이번엔 일률적으로『미국인을 좋아하며 미국이 한국에 대한 공격적인 정책을 중지한다면 미국과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그리스토퍼」기자는 남포에서 만난 14세 된 소녀의『우리는 모든 외국인을 사랑하며 미국인들도 평화를 사랑하는 것을 믿는다』는 말을 소개하며 이 같은 북한의 주민들과 학생들의 태도변화는 북한 정부의 공식입장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이 기자는 평양 시가지에 신체 장애자가 한사람도 보이지 않는 것은 이상스런 일이며, 아마도 북한 당국이 이들의 평양거주를 허용치 않기 때문일 것으로 평양의 외국인들은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후 폐허가 된 평양을 새 도시로 건설한 김일성이 북한의 깨끗한 이미지를 외국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들을 평양 밖으로 이주시켰을 것으로 이곳 외교관들은 보고있다.
『신체 장애자들에 대한 대우는 한 사회의 가장 기본적 가치를 반영한다』고 쓴 이 기사는 북한 관리들이 이들의「평양추방」을 부인하고 이들이 자발적으로 더 살기 좋은 작은 도시로 이주했다고 말하고 있으나 신체 장애자들을 평양에서 볼 수 없는 사실은 북한의 엄격한 정치적 통제와 순종의 상징이라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자기 나라에서는 평가절하 되고 있는「스탈린」과「마오쩌둥」(모택동)이 북한에서는 여전히 영웅으로 대접받고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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