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캐릭터 내세워 게임머니로 불법도박…8억 챙긴 간 큰 20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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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장소 개설 혐의로 구속된 A(28)씨가 부산 북구 자택에서 도박게임방 운영에 이용한 컴퓨터. [송파경찰서 제공]

도박장소 개설 혐의로 구속된 A(28)씨가 부산 북구 자택에서 도박게임방 운영에 이용한 컴퓨터. [송파경찰서 제공]

유명 온라인게임 사이트상에 불법도박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개설해 약 8억원을 챙긴 20대 일당이 구속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온라인게임 상에 게임머니로 베팅할 수 있는 도박장소를 개설한 혐의(도박장소 등 개설)로 A씨(28) 등 20대 일당 2명을 구속한 뒤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7년 초순부터 이용자들이 많은 온라인게임 사이트에 계정을 만든 뒤 채팅창을 통해 도박참여자를 모집했다. A씨는 이렇게 모인 참여자들을 자신이 개설한 방에 초대했고, 딜러와 환전상 등의 캐릭터를 만들어 도박참여자들로부터 게임머니로 베팅을 받았다. A씨는 홀짝게임ㆍ사다리게임 등의 단순 게임을 통해 승패를 결정한 뒤, 승자에게 베팅 결과에 따라 게임머니로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도박공간을 운영했다.

A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최근 온라인 게임 이용자들이 인터넷 도박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게임 이용자들이 가장 많고 게임머니를 현금화하기 쉬운 청소년 이용 게임을 도박 개설지로 선택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들은 도박 참여자들로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베팅금액의 5%를 받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공범인 B씨(26)를 통해 약 8억원의 게임머니를 환전해 현금화한 뒤, 도박과 주식을 하거나 고가의 자동차를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8억원 가운데 남은 1억5000만원에 대해 기소 전 몰수 보전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의 불법도박장 운영자들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별도의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이용자들을 끌어모았지만 A씨는 이용자들이 많은 온라인게임 내에서 도박을 할 수 있는 방을 개설해 운영했다"며 "참여자 모집도 자신들만의 도박 은어를 사용했기 때문에 쉽게 모니터링에 적발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씨가 개설한 방에서 도박을 한 참여자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해 처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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