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대란' 피했지만, 요금인상·준공영제 확대 요구 거세지고, 지원금 증액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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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15일 파업을 2시간 앞두고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타결, 노사 양측과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15일 파업을 2시간 앞두고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타결, 노사 양측과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버스업계의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임금보전·인상 등으로 요금 인상, 준공영제 확대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이에 따른 자치단체의 재정지원금(손실지원금)이 많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버스업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앞두고 #임금인상·단체협약 갱신 협상 잇따라 타결 #임금 인상·기사 충원 등으로 업체 부담증가 #업체들,“준공영제 시행·버스요금 인상 요구”

버스 업체의 주 52시간 시행은 오는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 2020년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된다. 이에 따라 전국 시내버스 노사는 근무제도 변경과 이에 따른 임금협상, 단체협약 변경 협상을 해왔다. 다행히 15일 오전 5시간가량 파업을 한 울산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노사 간 파업 전 타결, 파업 유보 후 협상 진행 등을 해 ‘버스 대란’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버스업계는 인건비 상승과 인력 추가증원에 따른 비용 부담을 호소하면서 버스 요금인상, 재정지원금 확대, 준공영제 확대시행을 잇달아 요구하고 있다. 울산의 경우 버스 기사 1570명의 임금을 7% 인상하기로 함에 따라 7개 업체는 연간 70억~80억원의 인건비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300인 이상 3개 회사는 주 52시간 적용을 위해 연간 17억원을 더 들여 94명을 충원해야 할 상황이다. 7개 업체 비용부담이 연간 100억원 늘어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내버스 업체는 시에 요금인상을 요구할 계획이다. 한 버스회사 관계자는 “이미 지난 3월부터 시내버스 요금 인상 관련 용역을 맡겨둔 상황”이라며 “조만간 시에 정식으로 요금인상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 시내버스 노사가 노조가 파업을 예고한 오전 4시를 넘긴 15일 오후 4시 50분쯤 극적으로 임금인상 등에 합의했다. 합의 뒤 노사양측과 오거돈 부산시장(가운데)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부산시]

부산 시내버스 노사가 노조가 파업을 예고한 오전 4시를 넘긴 15일 오후 4시 50분쯤 극적으로 임금인상 등에 합의했다. 합의 뒤 노사양측과 오거돈 부산시장(가운데)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부산시]

준공영제와는 다른 ‘재정지원형 민영제’로 시내버스가 운영되는 울산은 지난해 7개 회사에 총 526억원을 지원했으나 이 재정지원금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당장 버스회사 지원금을 늘릴 계획은 없지만, 버스회사의 적자액이 늘어나면 이에 맞춰 예산 증액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6월 말 임금시효 만료를 앞두고 협상이 진행 중인 전북의 호남고속은 7월 주 52시간 시행에 따른 임금손실 보전에 대한 대책이 없어 갈등이 우려된다. 호남고속 노조는 “주 52시간제로 1인당 월 60만~70만원의 임금이 삭감된다”며 임금인상을 요구하나 사측은 “엄청난 부담”이라며 난색이다. 나머지 300인 미만 회사는 내년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돼 버스 기사를 320여명(현 2320명) 더 늘려야 한다.

협상이 진행 중인 충남지역 24개 버스회사가 노조의 요구대로 임금 월 47만원을 인상하면 월 15억원, 연간 180억원의 비용이 더 들 전망이다. 이 때문에 현재 1400원인 시내버스 요금을 200원 인상해야 한다고 회사 측은 주장하고 있다. 충남도는 버스업계가 인상안을 마련하면 소비자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다. 충남도는 버스업계 경영 효율화를 위해 준공영제 도입, 비수익 노선 조정 등을 위해 하반기 관련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울산 시내버스 노사간 협상타결이 지연되면서 15일 오전 5시부터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울주군 율리 공영차고지에 차량이 가득하다. 송봉근 기자

울산 시내버스 노사간 협상타결이 지연되면서 15일 오전 5시부터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울주군 율리 공영차고지에 차량이 가득하다. 송봉근 기자

조정기한을 오는 24일로 연장해 협상 중인 충북 청주지역 4개 시내버스회사는 노조 요구대로 23만1000원을 인상하면 연간 35억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임금 동결과 정년연장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신 노조와 사측은 청주시에 버스 준공영제 도입을 요구 중이다. 또 청주 시내버스 요금을 현 1300원에서 1740원으로 인상해줄 것을 충북도에 요구했다. 충주·제천 시내버스 업체는 1300원에서 1880원으로, 나머지 8개 시·군은 1300원에서 2310원으로 올리는 안을 도에 제시했다.

강원지역 21개 업체 중 아직 미타결된 8개 업체의 경우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 월평균 70만원 정도 급여가 줄어들 전망이다. 이를 강원도와 시·군이 나눠 부담하면 예산 66억원이 추가 필요하다. 21개 회사는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운전기사 700명이 더 필요(현재 2800여명)하다고 파악하고 있다.

경남 창원의 7개 회사 노사는 15일 임금 4% 인상, 정년연장(60→63세) 등에 합의한 데 이어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을 전제로 무분규 공동선언을 했다. 하지만 임금 4%가 인상되면 업체들은 연간 30억원의 비용이 더 든다며 시내버스 요금(현 1300원)을 100~200원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창원시 관계자는 “7월부터 1개사, 내년부터 8개사에 주 52시간이 도입되면 기사 230여명과 약 100억원이 더 필요하고, 다시 준공영제가 시행되면 지금의 수백억원 외에 한해 100억원을 추가 지원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울산 시내버스 노사가 15일 오전 10시쯤 금단체협약 협상을 타결해 양재원 울산시 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왼쪽 두번째)과 최현호 전국자동차조합연맹 울산지역노조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울산 시내버스 노사가 15일 오전 10시쯤 금단체협약 협상을 타결해 양재원 울산시 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왼쪽 두번째)과 최현호 전국자동차조합연맹 울산지역노조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황선윤 기자, [전국종합]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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