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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1만927m 간 억만장자 "거기에도 쓰레기 있더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도양의 자바해구 탐사를 마친 미국 사모펀드 '인사이트 에퀴티 홀딩스' 공동 창립자인 빅터 베스코보. 13일 CNN등 외신에 따르면 베스코보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저 딥' 탐사에 성공했다. [사진 fivedeeps.com]

인도양의 자바해구 탐사를 마친 미국 사모펀드 '인사이트 에퀴티 홀딩스' 공동 창립자인 빅터 베스코보. 13일 CNN등 외신에 따르면 베스코보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저 딥' 탐사에 성공했다. [사진 fivedeeps.com]

세계 7개 대륙의 최고봉을 정복한 월가의 억만장자가 전 세계 바다에서 가장 깊은 곳까지 도달하는 신기록까지 달성했다. 주인공은 미국의 사모펀드 ‘인사이트 에퀴티 홀딩스’ 공동 창립자이자 투자자인 빅터 베스코보(53)다. 미국 CNN 등 외신은 13일(현지시간) 베스코보가 해저 1만 927m에 도달해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저 딥’ 탐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 해군이 1960년 같은 지역에서 달성한 종전 기록을 16m나 경신한 것이다.

美 사모펀드 공동 창립자 빅터 베스코보 #7대륙 최고봉 정복 후 심해 최저점 찍어 #1960년 미국 해군 기록 ‘16m’ 경신한 것 #570억원 잠수정 ‘리미팅 팩터’가 성공요인 #깊이 10㎞ 심해에도 플라스틱 위험성 확인

마리아나 해구는 전 세계 바다 중에서도 가장 수심이 깊은 지역으로, 괌에 인접해 있다. 태평양판이 필리핀판 밑으로 들어가면서 만들어진 마리아나 해구는 평균 수심이 7000~8000m에 이를 정도로 깊다. 지구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산이 해발 8848m에 달하지만 챌린저 딥을 거꾸로 세우면 이보다 약 2000m 이상 더 높다. 비행기의 항로로 이용되는 지구 대기의 성층권에 이를 수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 같은 깊이 때문에 그간 마리아나 해구 극심점에 도달한 사례는 단 세 차례밖에 없다. 1960년 미국 해군 중위인 돈 월시와 스위스 엔지니어인 쟈크 피카르드가 바티스카프 트리에스테호에 타고 최초로 유인 탐사에 성공했다. 기록은 1만 911m였다. 이후 52년이 지난 2012년 ‘타이타닉’을 연출한 영화 감독 제임스 캐머런이 ‘딥씨 챌린지’ 프로젝트를 진행해 1만 908m에 도달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베스코보가 ‘파이브 딥스 엑스퍼디션’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따라 이들의 기록은 깨지게 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베스코보는 지난 3주 동안 총 4번의 잠수를 시도했으며, 지난달 28일에는 총 4시간 동안 챌린저 딥에 머물렀다. 베스코보가 이 같은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자체 건조한 잠수정 ‘리미팅 팩터’ 덕이 컸다. 리미팅 팩터는 세계 최초의 티타늄 소재 잠수정으로, 베스코보가 총 4800만 달러(약 570억원)를 들여 만들었다. 해저 1만 4000m의 수압에도 견딜 수 있으며 총 2명이 탑승할 수 있다.

베스코보는 '챌린저 딥'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비롯해 4종류의 새로운 심해 생물을 발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베스코보는 '챌린저 딥'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비롯해 4종류의 새로운 심해 생물을 발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첨단 잠수함을 타고 심해로 내려갔지만 베스코보가 정작 본 것은 실망스러웠다. CNN은 “베스코보가 지구의 가장 깊은 곳에서 플라스틱 소재 가방과 사탕 포장지를 관찰했다”고 전했다. 베스코보가 이끄는 연구진은 향후 심해 생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해 미세 플라스틱이 심해 생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해 나갈 예정이다. 이 외에도 지구 생명 기원의 단서를 제공할 생명체 4종을 새로이 발견하는 성과도 거뒀다.

한편 이미 다섯 개의 극심점 중 세 군데를 탐험한 베스코보는 오는 8월 북극해에 위치한 몰로이 딥(해저 5670m)에 도달한 후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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