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강남' 집값 급락에도 '대구 강남'은 꿋꿋…수성구 강세 이유는

2017년 9월5일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의 한 아파트 단지. 국토교통부는 이날 대구시 수성구 등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연합뉴스]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집값이 꿋꿋한 지역이 있다. '대구 강남'으로 불리는 대구시 수성구다.

대구 수성구, 9·13 대책 이후 #규제지역 중 사실상 홀로 올라 #수요 비해 공급 적고 #우수 학군 보유 덕분

수성구 집값은 전국의 집값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중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드물게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대구 수성구의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9·13대책이 나오기 직전 대비 3.2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국 176개 시·군·구 중 7위다. 42개 규제지역 가운데선 최고다.

9·13 대책 후 '원조 강남'인 서울 강남(-3.78%)·서초(-2.67%)·송파구(-2.56%) 아파트값이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에서 종로 등 6개 구가 오르긴 했지만, 모두 상승률이 1%에 미치지 않는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대구 수성구 집값이 버틸 수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수요·공급 측면에선 공급 부족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기획관리본부 리서치팀장은 "대구의 아파트 신규 입주물량은 2016년 약 2만7000가구에서 올해 약 8500가구(예상)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공인중개업계에선 공통으로 "우수한 학군이 대구 수성구의 집값을 떠받치고 있다"고 말한다. 권오인 공인중개사는 "2015년도 수학능력시험 당시 수성구에서만 만점자가 4명 나온 적 있다"며 "그때부터 '학군 수요'가 몰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수성구는 교육뿐만 아니라 행정·의료·금융 중심지이기도 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 전문위원은 "현대 도시들에선 핵심 지역으로 사람이 몰리는 '초슬림화 현상'이 일어나는데, 대구에서는 수성구가 핵심 지역"이라고 했다.

수성구가 우수한 입지 여건에 비해 규제 강도가 낮았다는 해석도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수성구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지만, 조정대상지역은 아니기 때문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를 적용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근까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활발했던 점도 집값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대구 수성구가 계속해서 강세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최근 부정적인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분양한 대구 수성구 두산동의 수성레이크 푸르지오(332가구)는 1순위 청약 경쟁률이 평균 8.6대1에 머물렀다. 지난해 높은 분양가에도 수백 대 1에 달하던 청약 경쟁률이 한 자릿수로 뚝 떨어진 것이다. 청약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주택 거래량도 '절벽' 수준이다. 현지의 김재조 공인중개사는 "9·13 대책 이후 오늘까지 매매 거래를 단 한 건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수성구의 랜드마크 격인 만촌동 메트로팔레스(3240가구)의 경우 한 달 평균 매매 건수가 1~2건에 그친다고 한다.

집값을 받치는 전셋값도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대구 수성구의 아파트 전셋값은 9·13 대책 직전 대비 0.86% 하락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 밖에도 지역 기반 산업인 섬유산업이 한계에 다다랐고 고령화 현상이 심각하다"며 "대구 수성구가 계속해서 다른 길을 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현지 부동산중개업소들은 가격 상승세가 꺾이더라도 규제가 덜하고 주택 수요가 탄탄해 서울 강남권처럼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