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내 재판이더라도…합의 과정 비공개는 적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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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뉴스1]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뉴스1]

재판 당사자라면 내가 받은 판결문이 어떤 논의를 통해 만들어졌는지 그 과정이 궁금하지 않을까. 하지만 법원은 "재판 합의 과정 공개는 사법권 독립을 저해할 수 있다"며 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11부(재판장 박형순)는 송모씨가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정보공개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송씨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내 판결문 작성 과정 알려달라" 소송 

송씨는 2017년 5월 한 지방법원에서 공갈죄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은 항소와 상고를 거쳐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송씨는 이듬해 법원행정처에 상고심에 대한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의 심리내용, 대법관에게 보고된 심리내용 및 심리의견서 전부와 대법관이 재판장에게 올린 의견서 모두를 공개하라며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는 비공개 취지로 정보공개거부처분을 했다. 송씨는 "재판 당사자는 심리의 진행경과를 파악하고, 나에게 잘못이 있는지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사건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법원, "재판부 합의 과정 공개는 사법부 독립 저해" 

법원은 송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법원조직법에 따라 '재판부 합의 경위' 등은 정보공개법이 예외로 인정하는 사례라고 판단했다. 정보공개법은 정보공개의 예외 등에 대해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다면 다른 법률을 따르도록 했다. 법원조직법 제65조는 '심판의 합의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재판부 내에서 합의에 이르는 경위나 내용과 관련한 모든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합의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먼저 재판부의 심판권은 개별 법관이 낸 의견서가 아닌 합의를 통해 도출된 하나의 결론으로 행사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합의 과정을 공개했을 때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공개된 합의 내용을 두고 법관이 내ㆍ외부로부터 부당한 공격을 받을 수 있고, 이 경우 법관 개개인의 독립성 보장이 어렵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송씨가 재판 당사자라 하더라도 합의 과정 공개는 사법권 독립 저해로 이어져 법관의 공정한 재판 업무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공익 침해가 더 크다”며 송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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