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 '기습 천막' 대한애국당…“철거 몸으로라도 막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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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대한애국당 천막이 설치되어 있다. 권유진 기자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대한애국당 천막이 설치되어 있다. 권유진 기자

12일 오후 광화문 광장 ‘3ㆍ10 태극기 애국열사 희생’이라는 현수막을 내건 13㎡(약 4평) 규모의 천막에 20여명의 사람이 모여있었다. “가혹한 인권유린 중단” 등의 팻말을 든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대한애국당이 광화문 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부근에 천막 1동을 기습 설치했다. 11일 오후 5시에 천막 1동을 추가로 개설했다. 설치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ㆍ서울시 공무원과 몸싸움도 벌였다. 천막 부근에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됐고 경찰 인력이 배치되기도 했다.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기억공간’과의 거리는 100m도 채 되지 않았다. 이날은 ‘차 없는 거리’ 행사로 광화문 일대가 가족 단위 관광객 등으로 붐볐지만 대한애국당 천막 주위로는 지나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왜 세월호 추모공간은 합법이고 우리는 불법이냐”

천막을 지키는 사람들은 대부분 대한애국당 당원이다. 이들은 입을 모아 “광화문 광장은 촛불 세력만의 공간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애국당 관계자는 “촛불 집회나 세월호 추모 공간은 되고 우리는 안 된다는 건 반헌법적”이라며 “우리 농성장도 그들과 동등하게 존중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11일 대한애국당에 13일 오후 8시까지 농성천막을 자진철거하라는 내용의 계고장을 전달했지만 대한애국당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계고장에 고시된 기간까지 천막을 철거하지 않으면 서울시가 강제철거할 수 있다. 대한애국당 천막을 지키고 있는 당원들은 강제철거 절차 돌입 시 몸으로라도 막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애국당 측은 서울시가 자신들의 천막을 강제철거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하고있다. 대한애국당 관계자는 “다른 농성천막처럼 과태료를 잘 납부하면 서울시에서 강제철거할 명분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시는 2014년 7월 설치된 세월호 천막 중 허가받지 않은 일부에 대해서도 변상금을 받았다. 광화문 광장에서 천막 강제 철거가 이뤄진 사례는 아직 없다.

“서울시 허가 없는 광장 점거는 불법”

대한애국당이 광화문 광장에 설치한 천막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 [사진 페이스북 캡쳐]

대한애국당이 광화문 광장에 설치한 천막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 [사진 페이스북 캡쳐]

박원순 서울시장은 10일 자신의 SNS에 “(대한애국당은) 불법 광장 점거를 당장 중단하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박 시장은 “지난번 자유한국당의 불법 천막농성 시도 당시에도 이야기했지만, 서울시의 허가 없이 광장을 점거하는 것은 불법”이라면서 “불법으로 광장을 점거하고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지난 1일 자유한국당의 광화문광장 농성 계획이 알려졌을 때도 자신의 SNS에 “광장을 짓밟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지정에 맞서 광화문 광장에 천막 농성장을 치려 했으나 계획을 철회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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