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상무부 “충분히 준비”…환구시보 “홍문연도 중국 겁 못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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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무부가 8일 자정 직전 긴급 발표한 심야 성명 전문. 미국의 추가관세 부과 조치에 깊은 유감과 보복 조치를 다짐했다. [상무부 캡처]

중국 상무부가 8일 자정 직전 긴급 발표한 심야 성명 전문. 미국의 추가관세 부과 조치에 깊은 유감과 보복 조치를 다짐했다. [상무부 캡처]

중국 상무부가 8일 자정 직전 미국의 추가 관세에 보복을 다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이 예고한 기존 10%인 중국산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하는 시점이 10일 0시1분(현지시간, 한국시간 오후 1시 1분)로 다가오면서 중국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입장 변경은 8일 밤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날 오후까지 중국은 보복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중국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의 보복 조치를 묻자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이런 위협은 처음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보복 대신 입장 변화는 없다는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
중국 상무부 심야 성명은 상황을 180도 바꿨다. 익명의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10일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릴 예정”이라며 “무역 마찰을 고조시키는 것은 양국 인민과 세계 인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중국은 이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측이 이런 관세 조치를 시행한다면 중국은 부득이하게 필요한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반격을 다짐했다.
민족주의 성향의 환구시보도 가세했다. 9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11차 무역협상을 항우가 유방을 살해하기 위해 마련한 홍문연(鴻門宴)에 비유했다. 환구시보는 9일 ‘미국이 홍문연을 차렸어도 중국을 겁줄 수 없다’는 사설을 싣고 “한쪽에서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다른 쪽에서 중국과 담판을 계속하는 이런 장면은 무역 담판 역사상 없던 첫 사례”라고 비판했다. 사설은 “중국이 미국의 최후 몇 가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자신의 실력을 믿는 것뿐 아니라 평등 원칙이라는 신앙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혀 중국이 미국과 맺은 기존 합의를 뒤집었음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사설은 “만일 이번 주말 답안이 없다면 쌍방은 미래에 그것을 계속 찾을 것”이라고 끝맺었다. 9일과 1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11차 미·중 무역협상에 대표인 류허(劉鶴) 경제부총리가 양보안을 가져가지 않았음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9일에도 강경 자세가 이어졌다. 이날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이미 충분한 준비를 했으며 자신의 합법적 이익을 수호할 결심과 능력을 갖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가오 대변인은 “중국은 일방적인 관세 추가 부과에 반대한다”며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중국 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전세계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은 서로 마주보고 가며, 대화를 통해야지 일방적인 조치로 갈등을 해결하지 말고, 상호 존중의 기초 위에서 평등하고 상호 이익의 협의를 달성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2000억 달러 상당의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지난해 12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합의한 90일 휴전은 파국으로 끝날 전망이다.

상무부 “보복조치” 성명…아르헨 미·중 정상 합의 깨질 듯 #대변인 “합법적 이익 지킬 결심·능력있다”…협상 파국 암시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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