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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문재인 정부 집권 2년, 문제는 경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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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집권 2년. 문재인 정부가 받아든 경제 성적표는 참담하다. 고용·투자·수출·생산·민간소비 무엇 하나 온전한 게 없다. ‘퀸튜플(quintuple·5중) 부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일자리 정부’라면서 고용은 거의 재앙 수준이다. 청년 체감 실업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30~40대 일자리는 감소 일로다. 나랏돈을 풀어 60대 이상 노년층 일자리를 대거 만들고 있으나 땜질 처방일 뿐이다. ‘세금 내는’ 질 좋은 일자리는 좀체 생기지 않는다. 소득 양극화는 심해졌다. 신용카드 연체와 보험 깨기가 증가하고 있다. 자영업자는 아우성이다. 그제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소상공인 셋 중 둘(77%)이 ‘지난해보다 매출이 줄었다’고 답했다.

고용·투자·수출·생산·소비 5중 부진 #실용과 상식 바탕으로 정책 수정해야

부진이 쌓인 결과는 성장률 쇼크로 돌아왔다. 올 1분기 성장률은 -0.3%(전 분기 대비)였다.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4분기(-3.3%) 이후 최저치다. 글로벌 분석 기관들은 앞다퉈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ING그룹은 1.5%, 노무라증권과 캐피털이코노믹스는 1.8%를 제시했다. 심각한 투자 상황이 전망치를 끌어내렸다. 1분기 설비투자는 11%나 줄었다.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데 일자리가 늘어날 리 없다. ‘고용 부진→소비 악화→경기 침체→투자 감소’라는 악순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무엇이 한국 경제를 늪에 빠뜨렸나.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어제 “글로벌 경제 여건이 예상보다 악화했다”고 말했다. 그른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중국은 올 1분기에 예상을 뛰어넘어 6.4%(전년 동기 대비) 성장을 기록했다. 미국 역시 3.2% 깜짝 성장했다. 미국 고용은 반세기 만에 최고 호황이다. 반면에 한국은 중병에 걸린 듯한 모양새다. 글로벌 여건 말고 다른 요인이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소득주도 성장과 친노조, 그리고 규제 하나 제대로 풀지 못하는 정부의 우유부단이 문제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를 없애고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자신들이 공권력인 양 행세하는 민주노총에 정부는 끌려다니기만 한다. 결과는 투자 보따리 싸기다. 한국GM 군산공장은 문을 닫았고,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배정 물량이 줄어들 판이다. 오죽하면 사회 원로들까지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경제를 걱정하며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전환을 요구했을까. 그래도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정책 방향에) 여전히 확고한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법인세를 깎고 규제를 풀어 호황을 일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행정부가 기업의 ‘애니멀 스피릿(animal spirit)’을 깨웠다”고 평했다. 공격적 투자 본능을 자극했다는 의미다. 한국 기업은 반대로 규제와 압박에 옴짝달싹 못 한다. 투자 본능은 언감생심이고, 그저 생존 본능에 기댈 뿐이다. 고임금과 노사분규에 시달리다 못해 국내 공장을 문 닫고 해외에 투자하는 ‘투자 망명’만이 번지고 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투자 망명 대열에 동참하는 현실이다. 이래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 원로들의 쓴소리를 한 귀로 흘린 채 소득주도 성장만 끌어안고 있을 게 아니다. 문 대통령 스스로의 말대로 실용과 상식에 근거해 고칠 정책은 바로잡아야 한다. 아니면 경제는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