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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북 위협 외면으로 한·미·일 공조 이탈하면 곤란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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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4일 북한이 쏜 단거리 발사체의 위험을 외면하는 여권의 우려스러운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기존 남북 및 한·미 관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은 아니다”면서 “인도적 대북 식량 지원은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인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은 한술 더 떴다. 그는 국방부 보고 뒤 “단거리 미사일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며 “도발 의도라기보다 화력 타격 훈련이었다”고 설명했다. 북한 발표대로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심지어 “단거리 미사일이지만 고양이만 한 새끼 호랑이 가지고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다”고 했다. 크기만 작으면 위험하지 않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온 국민의 목숨이 걸린 안보 문제는 늘 최악에 대비하는 게 상식이다. 국내외 많은 전문가가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일 공산이 크다고 보는데도 그 가능성을 일축하려는 분위기는 걱정스럽다. 북한이 17개월간 도발을 자제해 온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미에 대한 적대적 태도까지 버린 건 아니다. 북한의 선전매체 ‘메아리’는 7일 지난달 열린 한·미 연합편대군 종합훈련 및 8월로 예정된 19-2 동맹연습을 두고 “그런 군사적 도발이 북남 사이의 신뢰를 허물고 위험한 지경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이 한·미·일 3각 안보체제에서 이탈하는 듯한 모습이 계속 나타나 더더욱 걱정이다. 6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40분간 전화 회담을 했다. 지난달 27일 워싱턴 정상회담 후 8일 만으로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30번째다. 아베 총리는 통화 뒤 “향후 북한 문제 대응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완전히 의견 일치를 봤다”고 밝혔다. 미·일 정상 간 찰떡 공조를 과시한 셈이다. 그러나 그는 “한반도 비핵화 등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도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거명하지 않았다. 북핵을 앞에 두고 군사정보 교류 등 한·일 간 안보 협력이 제대로 될지 걱정되는 상황이다.

현 정부로서는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 몇 발 쐈다고 국정 목표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망치고 싶진 않을 것이다.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뻔한 사실마저 부인해선 곤란하다. 차가운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 없이 남북 평화정책만을 추진한다면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