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상위 1% 389명 살폈더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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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4호 21면

자이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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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필립스 지음
김정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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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고향을 떠난 난민은 국경을 건너다 자칫하면 죽는다. 우리 대기업 직원도 미국으로 출장을 떠났다가 석연찮은 이유로 미국 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될 수도 있다. 자본가에게는 국경이 없다. 세계화 덕분이다.

세계화가 부와 권력의 구조에 미친 영향에는 양면성이 있다. 지난해 9월 세계은행은 지난 25년간 10억 명의 사람이 극빈 상태에서 벗어났다고 발표했다. 세계 극빈 인구 비율은 1990년 36%에서 2018년 10%로 줄었다. 하루 1.9달러 이하의 생활비가 세계은행이 정의하는 극빈이다.

한편 매일 3만 명의 사람이 기아와 영양실조로 사망한다. 세계 식량의 3분의 1은 폐기된다. 팔아도 수익성이 없기 때문이다.

『자이언트』는 단 8명의 사람이 세계 재물의 반을 차지하는 오늘을 다룬다. 세계 상위 1%에 속하는 ‘초국가 자본가 계급(transnational capitalist class, TCC)’의 이익에 ‘복무(服務)’하는 389명의 인적 사항을 공개했다. 그들은 금융·정책·군사·이념 분야의 글로벌 엘리트다.

그들은 하버드대·스탠퍼드대 등 세칭 명문대를 졸업했다.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그들은 서로 아는 사이이거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다. 용수권(用水權)이건 고속도로건 돈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사들인다. 마약·돈세탁·전쟁 등 3~10% 이상의 투자수익률(ROI)을 보장하는 것은 뭐든지 가리지 않는다.

마르크스주의 방법론의 영향을 받은  『자이언트』에 따르면 세계를 다스리는 것은 389명의 글로벌 엘리트다. 각국 대통령이나 총리, 국회의원들이 아니다. 국민은 더더욱 아니다. ‘초국가 자본가 계급’은 미국의 패권, 미국의 국가 이익과 70여 년 동안 밀월 관계다. 그 관계가 언제 깨질지 모르지만.

김환영 대기자/중앙콘텐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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