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국경 무역로 44년 만에 다시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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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과 인도를 잇는 국경 무역로가 다시 열렸다. 1962년 양국 전쟁으로 도로가 폐쇄된 지 44년 만이다. 이에 따라 두 나라 사이의 교역량이 느는 것은 물론 인적 교류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 고대 실크로드 재개통=중국과 인도 대표단은 그동안 티베트 라싸(拉薩)에서 협상을 벌여 티베트와 인도 동북부 시킴 지역을 잇는 '나투라' 고갯길을 재개통하기로 합의했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5일 보도했다.

해발 4545m 높이에 위치한 나투라 고개는 고대 실크로드 대동맥의 하나로 60년대 이전까지는 양국 간 농업무역이 활발했다. 나투라는 라싸에서 460㎞, 콜카타에서 550㎞ 떨어져 있다.

62년 중국과 인도가 국경 전쟁을 벌인 뒤 고갯길이 폐쇄되고 주변이 군사지역으로 변해 일반인의 통행이 금지됐다가 이번에 완전히 풀린 것이다.

개통식은 6일 고갯길로 이어지는 티베트 야둥(亞東)현에서 열린다. 중국에선 창바 푼촉 시짱(西藏.티베트) 자치구 주석과 상무부.외교부 간부들이 참석할 예정이며 인도에서도 고위 관리들이 자리를 함께할 예정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4일 "중국과 인도는 국경을 맞댄 데다 최근 나란히 경제 발전을 이루고 있어 서로 협력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따라서 이번 국경도로 재개통은 양국 동반 발전을 위한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나라는 2004년 나투라 고갯길을 재개통하는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지금까지 수 차례에 걸쳐 실무협의를 벌여왔다. 지난해 4월 양국 정상회담에선 반목의 역사를 청산하고 국경 무역을 포함한 경제와 문화 교류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 양국 경제적 효과 클 듯=중국은 이 도로를 이용할 경우 상하이(上海)와 콜카타를 잇는 해상 물류 비용을 20%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엔 고갯길에 위치한 야둥시에 인도와 상품을 직접 거래할 수 있는 농업무역시장도 문을 열었다.

중국 입장에서 가장 큰 이득은 육로를 통한 남아시아 진출 통로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우선은 무역로로 주로 활용되겠지만 앞으로 군사적 목적으로도 고갯길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있다. '미국의 소리'는 4일 인도가 나투라 고갯길 개통 이후 중국이 첩보활동을 강화할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대적으로 빈곤한 티베트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 국경지대의 성(省)이나 자치구 가운데 티베트에만 국경 무역로가 없었다. 중국은 1일 개통한 칭짱(靑藏)철도를 야둥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상하이에서 인도와 직접 잇는 철로의 개통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인도도 이번에 개통된 국경 도로를 이용해 무역, 인적 교류 활성화, 물류 비용 절감을 기대한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 인도 양국 간 교역량은 187억3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37.5% 증가했으며, 올해 2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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