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국민청원, 매크로 정황없다”…나경원·정용기 ‘北 배후설’ 일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정용기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정용기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청와대가 2일 현재까지 170여만명이 서명한 ‘자유한국당 해산청원’과 관련해 ‘북한의 지령을 받아 기획됐다’는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인 정용기 의원 등의 주장에 대해 “매크로(동일 패턴의 작업을 자동처리하는 프로그램의 일종) 징후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을 통해 ‘정용기 의원이 매크로 조작 정황이 있어 보인다며 북한이 배후에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는 취재진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사회원로들과 오찬 간담회 마무리 발언에서 ‘낡은 프레임과 밝은 이분법은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됐다’는 언급을 했다. 그 말씀으로 답변을 대신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 의원은 이날 오전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당 해산 국민청원은) 매크로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북한의 어떤 지령을 받는 세력에 의해 기획된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있다”고 주장했다.

‘(북 배후설이) 당의 공식입장이냐’는 질문에 정 의원은 명확히 답하지 않고 “국내 유수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을 근거로 말한 것”이라며 “전문가나 네티즌들도 이건 말이 안된다는 취지로 SNS에서 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근거가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북한 조평통(조국평화통일위원회) 산하의 우리민족끼리라고 하는 매체에서 한국당을 해산시키라고 하는 것을 발표한 뒤 22일 한국당 해산 청원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대적인 매크로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속도로 이게 (서명자 증가) 진행되고 있는 것들을 볼 때 합리적으로 의심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역시 1일 국회에서 “지난달 18일 우리민족끼리에서 ‘한국당 해체만이 답’이라고 말한 지 4일 만에 청원이 올라왔다”며 “북한이 하라는 대로 대한민국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며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실제 지난달 18일 우리민족끼리에는 ‘한국당 해체, 이것이 민심이다’는 제목의 논평이 게재됐다. 하지만 해당 매체는 과거에도 수차례 한국당을 거론하며 비판한 바 있어, 무리한 연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 의원은 지난 1일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이 주장한 ‘3월 베트남 트래픽 유입설’을 4월 트래픽에 인용하며 “언론들이 한국당 해산 청원에 100만 명이 참여했다고 보도하지만, 그중 14만 명 이상이 베트남에서 접속했다”고 발언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별도 배너를 띄우며 “국민청원 방문자가 급증한 29일 기준 청와대 홈페이지 방문을 지역별로 분류한 결과, 97%가 국내에서 이뤄졌고, 이어 미국 0.82%, 일본 0.53%, 베트남 0.17% 순이었다”고 공지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