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쇼크'는 … 일단 비켜갔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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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5일 경제.금융 당국은 외교.안보 당국 못지않게 긴박한 하루를 시작했다. 금융시장이 과민반응할 경우 자칫 증시 폭락은 물론이고 환율과 금리가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사일 발사가 미리 예견된 사건인 데다 대포동 시험 발사가 실패했다는 평가까지 나오면서 금융시장에 별다른 혼란은 나타나지 않았다. 문제는 미.일의 반응이다. 대북 강경대책이 나올 경우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 국내외 금융시장은 일단 하향 안정세=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한국은행은 오전 8시30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 모여 긴급 금융정책협의회를 열었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은 "1998년 미사일 발사 때도 금융시장에 별 영향이 없었다"며 "시장에 과민반응 조짐이 나타나면 시장안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또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시장 동향 점검반'을 즉시 가동키로 결정했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9시 열린 금융시장은 다소 불안하게 출발했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곳은 외환시장이었다. 전날보다 4.1원 급등한 달러당 947.5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등락을 거듭하다 하락폭을 좁혀 3.3원 상승한 946.7원에 마감했다. 주식시장도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며 25.23포인트 급락한 1260.69로 출발했으나 안정을 되찾으며 전날보다 6.07포인트 떨어진 1279.85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 순매도 역시 209억원에 그쳐 2003년 2월 북한 미사일 시험 발사 위기 때(1085억원)보다 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동양종금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과거 북한 미사일 관련 이슈가 부각됐을 때 2~3% 하락한 후 반등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미사일 발사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금융시장도 약세를 나타냈지만 우려할 정도는 아니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개장 직후 전날보다 1%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소폭 반등해 전날보다 114.56포인트(0.73%) 빠진 1만5523.94로 마감됐다. 호주에서 거래된 현물 금값도 한때 온스당 630.50달러를 기록했으나 이후 626.56달러로 안정됐다. 미국 금융시장은 독립기념일이어서 열리지 않았다.

◆ 남북 경협 기업은 긴장 속 주시=이날 금강산 관광을 취소한 사람은 50여 명에 불과했고 700여 명이 당초 일정대로 금강산으로 출발했다고 현대아산 측은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미사일 발사가 금강산 관광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신원의 개성공단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철호 생산부장은 "직원들끼리 미사일 얘기를 했지만 걱정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며 "서울 본사에서 분위기를 물어온 정도가 달라진 점"이라고 말했다.

◆ 한.미 FTA 협상에 영향 미치나=미사일 발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개성공단 문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 달라는 우리 측 요구에 대해 미국이 그동안 북한 핵 문제, 위폐 문제 등을 거론하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북한 미사일 등 대북 리스크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안이 아니다"며 "한.미 FTA 협상은 기본적으로 한.미 양국 간 경제.통상 현안을 다루기 때문에 협상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병기.김동호.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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