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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했던 1919년생 문인들 기리는 기념문학제 열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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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에 태어난 구상 시인 [사진 대산문화재단]

1919년에 태어난 구상 시인 [사진 대산문화재단]

3ㆍ1운동이 일어난 1919년에 태어난 문인들에게 시대는 너무나도 가혹했다. 한창 활동할 시절엔 일본의 식민 통치로 『문장』 등 주요 문예지와 일간지가 폐간돼 표현의 통로가 차단됐고 이후엔 분단과 격심한 내전까지 겪었다. 이런 특수한 시대 상황은 그들의 문학 작품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

시대의 훈장으로 독특한 개성을 지니게 된 1919년생 문인들을 기리는 행사가 다음 달 2일 학술대회를 시작으로 가을까지 펼쳐진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는 24일 광화문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2019년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김성한은 소설 ‘오분간’, ‘바비도’ 등을 통해 지적 사유를 보여줬다. [사진 대산문화재단]

김성한은 소설 ‘오분간’, ‘바비도’ 등을 통해 지적 사유를 보여줬다. [사진 대산문화재단]

올해 기념문학제가 집중 조명하는 문인은 시인 구상ㆍ김종문, 시조 시인 정완영, 소설가 김성한ㆍ전광용, 아동 문학가 권오순ㆍ박홍근, 평론가 정태용 등 8명이다. 이들은 모두 1919년에 태어났으며, 개중 5명은 월남했다.

24일 간담회에서 기획위원장인 고형진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1919년생 문인들은 학업을 마치고 문단 활동을 할 무렵인 1940년 조선·동아일보가 폐간되고, 1941년 문예지 『문장』도 폐간되면서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무대가 사라졌다. 이 때문에 이들은 해방과 분단, 전쟁을 거친 1950년대에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이들은 후세대에 의해 '전후 작가'로 분류되고 있다.

이렇듯 특수한 시대적 환경으로 그들은 작품 세계에는 독특한 개성이 생긴다. 문인들은 성장 과정에서 '2등 국민'으로서 천대받고, 자라나 전쟁의 비극까지 겪으면서 인간 본연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천착하게 된다. 그러면서 인간 내면을 깊게 탐구하고 인간성을 어떻게 지켜낼지에 대해 고민하는 휴머니즘 사조를 강하게 띠게 된다.

이들의 작품에는 외형적인 공통점도 있다. 이들의 작품에는 한때 잃었던 우리 말과 글에 대한 애정이 강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고, 문학의 형식미와 규율을 존중하는 성향이 강하다. 고 교수는 "분단과 전쟁이라는 역사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1919년생 문인들은 휴머니즘과 문학의 형식 존중, 그리고 모국어의 활용 가능성을 최대치로 높이려 한 노력에서 공통점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선정된 문인 가운데 구상(~2004)은 경향신문 논설위원 등을 지낸 언론인 출신 시인으로, 구도적 작품 세계를 구현한 거장이다. 동아일보 논설위원과 사상계 주간을 지낸 김성한(~2010)은 소설 '오분간' '바비도' 등을 통해 지적 사유를 보여줬으며, 권오순(~1995)은 동시 '구슬비'로 유명한 아동문학가이자 시인이면서 천주교 재속 수녀였다.

전광용(~1988)은 교과서에도 실렸던 '꺼삐딴 리' '흑산도' 등으로 유명한 정통 소설가다. [사진 대산문화재단]

전광용(~1988)은 교과서에도 실렸던 '꺼삐딴 리' '흑산도' 등으로 유명한 정통 소설가다. [사진 대산문화재단]

김종문(~1981)은 국제펜클럽 한국대표 등을 지낸 시인 겸 비평가이면서 육군 투스타(소장)까지 오른 장성 출신이고, 동요 '나뭇잎 배'로 잘 알려진 박홍근(~2006)은 언론인, 시인, 아동 문학가 등으로 다양한 활동을 했다.

전광용(~1988)은 교과서에도 실렸던 '꺼삐딴 리' '흑산도' 등으로 유명한 정통 소설가다. 정완영(~2016)은 당대를 대표하는 시조 시인이며, 정태용(~1972)은 정치ㆍ이념적 중립을 지키는 평론으로 이름을 날렸다.

문학제 첫 행사는 다음 달 2일 오전 10시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전후 휴머니즘의 발견, 자존과 구원'을 주제로 열리는 심포지엄이다. 다음 달 10일에는 마포중앙도서관에서 '1919년에 태어난 사람들'을 주제로 문학의 밤이 열리고, 오는 6월 29일 중앙대학교에는 학술대회도 예정됐다. '구상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 시 낭독 및 음악회'도 준비 중이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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