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을 김병준 청문회… 교육위원 대부분 입장유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코드인사다. 여러 사안들을 이념적으로 추진할 우려가 있다."(이주호 의원)

김병준 교육 부총리 후보자에 대한 한나라당의 공세가 간단치 않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반드시 낙마시키겠다는 기세다. 열린우리당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지도부의 조율로 반대 의견이 표면화되진 않았지만 호락호락 넘어가지는 않겠다는 기류도 엿보인다. 본지 조사 결과, 청문회를 할 교육위원 18명 중 '적격' 의견을 명시적으로 밝힌 사람은 1명에 불과했다. 8명은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2명은 해외출장 중이어서 접촉이 안 됐다.

여권 일각에선 "26일의 재.보궐 선거 전엔 인사청문회를 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심의 기류가 심상치 않음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 "결코 쉽게 넘기지 않을 것"=한나라당 소속 교육위원들은 입장 표명을 유보한 권철현 국회 교육위원장을 제외하곤 모두 부정적인 입장이다. 정문헌 의원은 "한 번도 교육 방향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적이 없었고 전문성도 떨어진다"고 혹평했다. 다른 의원들도 "교육정책이 코드인사로 엉망이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민노당 최순영 의원은 "김 후보자는 교육 전문가가 아니고 지방자치 전문가로 알고 있다"며 "청문회에서 꼼꼼히 따져 보겠다"고 했다. 민주당 김홍일 의원 측은 "김 후보자 지명이 민심과 동떨어져 있다는 당의 논평 기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며 "이런 인사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청문회 보고 판단할 것"=여당은 청문회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교육위 간사인 유기홍 의원은 "당내 의견은 지도부가 (찬성) 입장을 밝힌 대로 조정이 다 됐다"며 "선입견을 배제하고 청문회에서 모든 자료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이은영 의원은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가 당과 호흡을 같이하면서 정책 수행을 성실히 할 것인지 보겠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의원들이 유보 의견을 밝히고 있긴 했지만 내부적으론 찬성 쪽 기류가 많다고 전했다.

고위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국회 청문 과정에서 문제될 만한 발언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무난히 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 인준 표결은 안 해=김 후보자 지명에 대한 의원들의 불만은 노무현 대통령의 코드 인사의 성공 여부와 직결된다. 임기 후반기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미칠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여권에선 김 후보자가 무난히 부총리에 임명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회에서 인사 청문회를 거치긴 하지만 인준 찬반 표결을 하지 않고 상임위 차원에서 적격.부적격 여부만 판단해 본회의에 보고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교육위가 김 후보자를 교육 부총리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할 경우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국회의 부적격 판단을 거스르면서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 또 다른 소용돌이가 일 수도 있다. 인사청문회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교육위는 이달 중순께 김 후보자를 불러 청문회를 열 계획이다.

김정욱.신은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