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전사자 9년 만의 진급…“아들 명예 지키게 돼 다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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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천안함 전사자 임재엽 중사가 전사한 지 9년 만에 상사로 진급했다. 지난 5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은 임 상사의 어머니 강금옥(65) 씨가 임 상사의 흉상을 만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천안함 전사자 임재엽 중사가 전사한 지 9년 만에 상사로 진급했다. 지난 5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은 임 상사의 어머니 강금옥(65) 씨가 임 상사의 흉상을 만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아들의 소박한 꿈(해군 상사)이 이뤄지는 데 9년이나 걸렸네요.”

진급 앞 사망 고 임재엽 상사 #어머니 강금옥씨 노력 끝에 #군인사법 개정해 뒤늦게 추서 #“서해수호의 날 대통령 불참 유감”

지난 5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만난 고(故) 임재엽 상사의 어머니 강금옥(65) 씨는 아들의 묘비를 끌어안고 이렇게 말했다. 임 상사는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으로 전사한 해군 46명 가운데 한명이다. 강씨는 “이제라도 아들의 명예를 지킬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했다.

임 상사는 ‘전사 순직한 진급 예정자의 진급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이날 상사로 진급했다. 천안함 폭침 당시 그의 계급은 하사였고, 그해 12월 1일 중사 진급 예정이었다. 하지만 천안함이 피격되고 며칠 뒤인 4월 3일 하사로 전사 처리된 뒤 중사로 추서됐다.

같은 천안함 승조원이었던 고(故) 김태석·문규석 원사는 상사 진급 예정일인 4월 1일까지 시신을 찾지 못하자 사망이 아닌 실종상태에서 상사로 진급시킨 뒤 원사로 추서됐다.

반면 임 상사의 시신은 4월 15일 찾았다. 중사 진급 예정일 전에 이미 사망이 확인됐기 때문에 상사 진급 추서를 할 수 없다는 게 당시 군 당국의 설명이었다.

강씨는 납득할 수 없었다. 아들과 김태석 원사 등이 8개월 차이가 나지만 모두 그해 진급 예정자였기 때문이다.

강씨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방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이 문제를 거론하며 아들의 상사 진급을 건의했다. 2010년 천안함 전사자 안장식에서 만난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천안함 3주기 때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탄원서를 직접 전달하며 진급을 호소했다. 이때마다 “규정에 없어 어렵다”는 군 당국의 답변만 돌아왔다.

이 내용을 접한 해군참모총장 출신인 자유한국당 김성찬(경남 진해) 국회의원은 2017년 7월 임재엽 상사 추서 진급을 위한 ‘군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강씨는 “아들이 전사 전에 운영하던 싸이월드에 후배가 ‘선배는 커서 뭐할래요’라고 묻자 아들이 ‘해군상사’라고 했다”며 “아들의 소박한 꿈이던 ‘해군 상사’를 만드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라며 울먹였다.

강씨는 아들이 전사한 이후 3년 동안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았다. 아들 묘비를 포함해 이곳에 잠들어 있는 천안함 46용사의 묘비를 날마다 닦았다. 이 때문에 강씨는 한때 손목터널증후군까지 앓았다고 했다. 강씨는 “날마다 천안함 희생자를 세수시켜준다는 생각으로 묘비를 닦았다”며 “모두 천안함 희생자는 모두 아들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충남 공주에 사는 그는 요즘도 일주일에 두 차례 정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고 있다.

강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서해수호의 날에 2년 연속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유족이 원하는 것은 현충원을 찾아 보듬어 줬으면 하는 건데 안타까울 뿐이다”라고 했다. 강씨는 또 “국민의 성향은 모두 다르지만, 나라를 지키는 데는 진보보수가 있을 수 없다”며 “왜 자식을 국가에 바친 사람이 경계의 대상이 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임재엽 상사는 우송대 1학년을 마치고 2004년 4월 26일 해군 부사관으로 입대했다. 모교인 충남기계공고 동문은 2014년 기금을 모아 교정에 임 상사의 흉상을 세웠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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