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아줌마] 무난한 고급스러움 … 한국인의 '체크 무늬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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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국내 최대 구두 메이커인 금강제화가 새 브랜드 킨록 앤더슨(사진)을 내놓았다. 스코틀랜드 전통 무늬인 타탄(Tartan) 체크로 유명한 킨록 앤더슨은 영국 왕실 납품권을 보유한 브랜드. 금강이 구두와 핸드백으로는 세계 최초로 라이선스를 시작한 것이란다. 새 브랜드에 대한 관심은 둘째 치고 머리를 스치는 의문점 하나.

'또 체크야. 왜 이다지도 체크를 모티브로 삼은 브랜드가 많은 거지?'

'체크'하면 떠오르는 전통 브랜드는 역시 영국의 버버리. 한국 패션 시장이 고급 해외 브랜드에 눈뜨기 시작했을 때부터 한국인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브랜드가 바로 버버리다. 버버리의 체크 무늬 머플러와 핸드백 등은 지금도 인기 있는 스테디셀러며 '짝퉁' 제품의 대표적 표적이 아닌가. '체크 유어 스타일'이라는 광고 카피까지 써가며 체크 브랜드임을 강조하고 있는 LG패션의 닥스도 있다. 사실 닥스는 한국에서 체크 무늬의 대중화를 이끈 브랜드다. 한국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영국 본사에서도 무시 못하는 파워를 가진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렇다면 왜 한국인은 체크 무늬를 선호하는 걸까? 삼성패션연구소를 비롯한 업계의 중론은 '무난한 고급스러움'이다. 무난함이란 튀기 싫어하는 한국인에겐 중요한 화두다. 옷감의 무늬에는 기본적으로 체크와 꽃무늬.스트라이프.그래픽 등이 있다. 이런 무늬들 중에 한국시장에서 잘 팔리는 것은 예외 없이 체크와 스트라이프다. 꽃무늬나 화려한 그래픽은 아무래도 체크에 비해 튀기 때문이다. 체크는 여러 가지 색감이 혼합된 무늬로 가까이서 보면 그런 색감을 확인할 수 있지만 멀리서 보면 절대로 화려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체크 중에서도 빨강 등이 섞인 체크보다는 베이지톤의 제품이 절대적 우위를 보이는 것이다.

또 한국인은 전통적인 문양에 의외로 높은 선호도를 보인다고 한다.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인 빈폴의 체크는 한국 왕궁의 문에서 볼 수 있는 문양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가로와 세로가 교차하는 격자무늬도 알고 보면 체크와 유사하다. 스코틀랜드 못지않게 한국인도 체크에는 일가견이 있다는 말일까? 그렇다면 한국식 체크 패턴이 나올 수는 없을까? 스코틀랜드 못지않은 한국식 패턴을 기대해 본다.

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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