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이라크 파병, 무엇이 국익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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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미국이 전쟁 뒤 이라크의 치안 유지를 위해 우리나라에 5천명 정도의 전투병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해 국내에 찬반 논란이 뜨겁다. 이라크엔 우리나라의 공병과 의료지원단 등 비전투요원 6백75명이 이미 파견돼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미국이 생각하고 있는 이라크 파견 병력의 성격은 유엔 다국적군인데, 우리나라를 포함해 터키.파키스탄 등 10여개국에 파병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다국적군은 유엔군이란 이름을 갖고 유엔에 보고한다는 점에서 유엔 평화유지군과 같다. 하지만 유엔이 아닌 미군이 지휘한다는 점에선 다르다. 다국적군은 또 평화유지군과 달리 주둔 비용을 각국이 자체 부담하며 그 나라의 군복을 그대로 입는다.

한국전쟁 때 참전했던 유엔군도 16개국으로 이뤄진 유엔 다국적군으로 보면 된다.

미국의 요구대로라면 우리나라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가 열리는 다음달 24일 전까지 파병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국내 여론은 현재 '동맹국의 요청이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과 반대 의견이 팽팽하다. 또 유엔의 파병 결의가 없을 경우 안된다거나 전투병 파병엔 반대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국익에 더 유리하며 국제사회에서 명분과 실리를 함께 챙길 수 있을까.

◇파병의 득실=파병은 그동안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갈등으로 악화된 양국의 동맹관계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사회의 책임을 떠맡는다는 점에서 나라의 위상을 높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라크 사태가 진정된 뒤 미국 강경파가 북한 핵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려 들 경우 우리 입장은 곤란해진다.

경제적으론 파병이 이라크 재건사업에 참여하는 데 유리하다. 파병을 하지 않을 경우 한.미 동맹 악화로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고, 이라크 재건 때 국내 업체들이 따돌림 당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파병에 따른 경비가 부담이다. 3천명이 주둔할 경우 한해 7백84억원이 넘게 든다.

군사적인 면에선 실전 경험을 쌓고,북한의 급변하는 사태에 대비하는 훈련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인명 피해와 테러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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