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류 시간 짧은 워싱턴 방문, 文 김정은 메시지 가져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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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5월 22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5월 22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의 4월 10~11일 방미는 현지 체류 시간이 길지 않은 실무 방문이다. 14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 6월 9~10일 워싱턴을 방문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6자 회담 재개를 논의했던 것과 비슷하다. 하노이 회담 결렬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외교가 위기에 빠진 가운데 돌파구를 찾는 원포인트 회담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두 정상은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톱다운 외교의 방향성과 이를 실현할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현재 국면을 진전시킨 톱다운 방식이 앞으로도 활발히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3차 정상회담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4차 남북정상회담)을 실현할 방안을 찾는 게 회담 주요 의제라는 뜻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한 싱크탱크 행사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에 관해 “너무 오래지 않아 다음번 회담이 있기를 바란다”며 가능성을 열어 놨다. 그러면서 “다음번 두 정상이 만날 때 비핵화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느냐는 궁극적으로 김 위원장에게 그것이 올바른 전략적 방향임을 납득시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정상회담은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통화에서 ‘오찬을 겸해 비핵화 협상이 조기에 성과를 내도록 북한을 견인할 방법을 논의하자’고 초청해 문 대통령이 흔쾌히 수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후 청와대 안보실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여러 채널의 협의를 통해 회담을 확정한 것”이라고 했다.

 통화 이후 한 달 만에 일정을 확정하면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구체적 메시지를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과 비핵화를 위해 협의해달라”며 일괄타결 빅딜 설득을 요청한 데 북한의 답신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하노이 이후 김 위원장의 명확한 입장을 들었느냐”는 질문에 “여러 상황이 있지만, 내용을 공개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대북특사를 파견했는지도 외교·안보사항으로 비공개”라고 말을 아꼈다.

워싱턴 소식통은 이에 "14년 전과 달리 북한의 우라늄 농축 폐기와 관련된 진전된 입장이 있어야 협상 재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이 빠진 비핵화 협상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2005년 6ㆍ10 한미 정상회담은 존 볼턴 국무부 군축ㆍ비확산 차관이 우라늄 농축 문제를 처음 제기한 뒤 2003년 시작된 6자 회담이 1년여간 중단된 상황에서 열렸다.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6자 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한다”고 합의한 뒤 한 달 만에 6자 회담이 재가동됐다. 당시 볼턴은 유엔 대사에 지명된 뒤여서 6자 회담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지금은 볼턴이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복귀했고,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과거 실패한 협상은 반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노이에서 영변 폐기와 제재 해제를 바꾸자는 김 위원장 제안을 거부하는 데 앞장선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논의는 북미 협상 재개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남북정상회담 논의는 아직 이르다”며 “하노이 이후 남북 간 본격적인 논의는 아직 전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은 여러 측면에서 하노이 정상회담을 자체 평가 중인 것으로 안다”며 “조만간 여러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ㆍ서울=정효식 특파원, 위문희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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