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속마음 ‘AI 도움 되지만 의사 대체는 글쎄’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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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우리나라 의사와 의과대학 학생의 인공지능(AI) 이해도는 아직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AI의 활용도가 높다고 평가했지만 의사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에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내과 오송희·권순효 교수팀은 AI에 대한 의사들의 인식도를 조사해 결과를 의료정보학의 권위지 '저널 오브 메디컬 인터넷 리서치(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에 발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설문은 온라인으로 총 11가지 문항에 대한 질의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순천향대 의대 교수와 전공의, 순천향대의대 동문, 의과대학생 등 총 669명의 의사가 참여했다.

설문 결과 559명(83.4%)의 응답자가 AI 는 의료분야에 유용하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대량의 고품질 임상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다"를 장점으로 꼽았다.

AI가 가장 유용한 분야는 질병 진단이라는 응답자가 10명 중 8명(83.4%)으로 가장 많았고 치료 결정(53.8%)과 약제 연구 및 개발(12.6%)이 뒤를 이었다. 수술을 포함한 직접 치료에 AI의 이점이 있다는 응답은 9%였다.‘인공지능이 인간 의사보다 진단적으로 우수할 수 있다’는 질문에는 동의(43.9%)가 부정(25.2%)보다 많았다.

의료기관 중 AI를 최초로 상용화 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대학병원(66.2%), 공공의료기관(14.6%), 척추관절병원 등 특수 클리닉(14.5%) 순이었다.

의학적 판단에 'AI 믿겠다' 절반 못미쳐

반면, AI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았다. 미래에 AI를 사용해 의학적 판단을 내리겠다는 의사는 42%로 절반이 못됐다. AI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비율(45%)보다 적다.

자신의 판단과 AI 판단이 다른 경우 AI를 신뢰하겠다는 응답도 16.4%에 불과했다. 의사들은 AI의 한계점으로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기 어렵다(34.1%)는 점과 예기치 않은 상황에 대처하기 힘들다는 점(29.3%), 환자와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26.8%) 등을 꼽았다.

AI에 대한 지식 습득과 윤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의사들도 다소 혼란스러운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AI에 대해 잘 안다고 응답한 비율은 불과 6%에 그쳤다. 'AI로 인한 의학적 문제는 누구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의사라는 응답이 49.3%였고 AI 사용을 동의한 환자가 31.2%나 됐다. AI 제작사는 19.4%였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내과 권순효 교수[사진 순천향대 서울병원]

'AI가 미래에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란 질문에는 그렇다(35.4%)와 아니다(31.7%), 잘 모르겠다(32.9%)의 비율이 거의 비슷했다. 권순효 교수는 “의료계 전반에서 AI의 이용에 대한 광범위한 토의를 통해 상호보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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