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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2개 자사고 재지정 평가 두고 서울시교육청과 갈등 격화

중앙일보

입력

서울자율형사립고학교장연합회 김철경 회장(대광고 교장)을 비롯한 22개 자사고 교장들이 25일 서울 중구 이화여자고등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기준인 '운영성과평가'에 대한 거부 방침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자율형사립고학교장연합회 김철경 회장(대광고 교장)을 비롯한 22개 자사고 교장들이 25일 서울 중구 이화여자고등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기준인 '운영성과평가'에 대한 거부 방침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평가를 두고 학교 측과 서울시교육청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자사고들은 시교육청이 올해 자사고 재지정 기준을 60점에서 70점으로 상향한 것을 놓고 ‘자사고 죽이기’라며 평가를 거부하고 나섰다. 시교육청은 자사고를 설득 중이지만, 자사고가 끝내 평가에 응하지 않으면 행정명령을 내린 뒤 강행하는 것도 논의 중이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자사고학교장연합회(연합회)에 소속된 자사고 교장 22명은 전날 서울시교육청에서 관계자들과 만나 재지정평가를 두고 비공개회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서로 간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는 올해 재지정평가에 대한 자사고들의 입장을 시교육청 쪽에 전달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자사고 측은 재지정평가가 자사고에 불리하게 구성됐다며 전면 재검토 후 수정을 요구했지만, 교육청은 평가 참여를 설득하는 등 양측이 기존 입장만 반복했다.

이날 교육청 대표로 회의에 참석한 박건호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자사고 쪽에서 지표별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설명했다”며 “(서로의 주장을) 이해했다거나 납득했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김철경 연합회장(대광고 교장)은 회의 후 기자들에게 “평행선이었다”고 대답하고 자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박건호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자율형 사립고 학교장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뉴스1]

박건호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자율형 사립고 학교장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뉴스1]

다만 연합회가 요구하고 있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의 면담 가능성은 열려있는 상황이다. 박 국장은 “조 교육감은 (교장단과 면담을) 안 한다는 입장이 아니며 실무선에서 검토된 것을 가지고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연합회는 25일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시교육청이 재지정평가 기준을 전면 재검토할 때까지 운영성과평가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이 올해부터 자사고 재지정 기준을 기존 60점에서 70점으로 상향 조정한 것을 두고 “평가를 빙자한 자사고 죽이기”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 서울지역 자사고는 총 22곳으로 이 중 13곳이 올해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있다.

시교육청은 현재 자사고 요청대로 평가 기준을 재검토하고 있지만, 평가 기준을 변경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재량지표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항목과 기준은 교육부의 표준안을 그대로 따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은 보고서 제출기한인 29일까지 자사고를 설득할 계획이지만, 만약 자사고가 운영성과 평가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행정명령을 내린 뒤 평가를 강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논의 중인 상황으로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북 전주 상산고의 학부모 등 구성원들이 20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전북도교육청의 자사고 평가 계획에 반발하며 침묵시위를 갖고 있다. [뉴스1]

전북 전주 상산고의 학부모 등 구성원들이 20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전북도교육청의 자사고 평가 계획에 반발하며 침묵시위를 갖고 있다. [뉴스1]

재지정평가를 둘러싼 자사고 측과 시교육청의 대립이 커지자 고입을 앞둔 중3 수험생과 학부모도 혼란이 커지고 있다. 시교육청이 자사고에 대한 평가를 예정대로 진행하지 못하면 당초 완료 목표였던 6월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높고, 고입 세부계획 발표도 그만큼 미뤄지게 된다. 만약 자사고가 재지정평가에 불복해 소송하면 혼란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 현재 자사고들은 평가 기준 변경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또 올해는 자사고 재지정평가 외에 자사고 우선선발권 폐지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까지 예정돼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2020학년도 고입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외국어고·국제고·자사고와 일반고 입시를 동시에 실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자사고·일반고의 입시 시기 일원화와 이중지원 금지를 둘 다 위헌으로 결론 내면 자사고의 우선선발권이 부활할 가능성도 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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