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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맥 폭탄주 비싸지겠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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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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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맥주 시장점유율 46%를 차지하는 오비맥주 카스(사진)의 출고가격이 56원 오른다. 오비맥주는 카스 등 맥주가격을 다음달 4일부터 평균 5.3% 인상한다고 26일 밝혔다. 오비맥주는 “원부자재 가격과 관리비용 상승”을 인상 요인으로 들었다.

카스 출고가격 56원 기습 인상 #국내 점유율 1위 외국계 오비맥주 #카스 매각 앞두고 실적 올리기 #종량세 대비, 선제적 조치 해석도

카스는 브랜드 선호도·점유율에서 1위를 차지하며 국내 대표 맥주로 자리 잡았다.

카스는 브랜드 선호도·점유율에서 1위를 차지하며 국내 대표 맥주로 자리 잡았다.

시장점유율 1위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2·3위 업체는 은근히 반긴다. 큰 무리 없이 따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저항이 만만찮은 주류의 경우는 더 그렇다. 그러나 하이트진로·롯데주류 등 주류업계는 오비맥주의 ‘기습인상’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맥주 종량세 도입이 한창인 시점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맥주의 주세 체계를 기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현행 종가세가 수입 맥주에 유리하다’는 국산 맥주 제조사의 볼멘소리를 정부가 반영한 것으로 맥주 제조업이 갖는 고용 창출 등 연관 효과를 고려해 주세를 낮추는 게 골자다. 국산 맥주는 과세표준이 제조장 출고 가격인데 반해, 수입 맥주는 신고한 수입가격에 관세를 더한 금액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수입가를 낮게 신고하면 그만큼 세금을 덜 낸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단 기획재정부는 “가격이 오르지 않는 범위에서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종량제 프로세스는 오는 4월 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가 나온 이후 빠르면 하반기, 늦어도 내년에는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기습 가격 인상은 오비맥주 내부에서조차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눈치를 보지 않는 외국계 기업이라 가능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배경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먼저 가격을 올리면 수익률이 올라간다는 점에서 수익을 최우선으로 두는 외국계 맥주 회사의 영업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종량세 시행 후 주세가 내려가면 여론을 고려해 가격을 인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리 “선제 조치를 취했다”는 시각이다.

오비맥주는 전 세계 맥주 시장점유율 27%에 달하는 AB인베브가 2014년 미국계 펀드 KKR로부터 58억 달러(당시 환율 약 6조1700억원)에 사들였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7년 매출 1조6635억원, 영업익 494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9.6%에 달한다.

수익률 끌어올리기는 카스 매각을 앞두고 실적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 등은 최근 “AB인베브가 아시아지역 법인을 통해 자금을 유치하려 한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카스 매각설은 수년 전부터 있었다.

수익률 제고와 함께 지난 21일 출시한 하이트진로 ‘테라’ 맥주를 견제하기 위한 일석이조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 주류도매업자는 “가격 인상을 발표하면 도매상은 (그 브랜드를) 실제 가격이 오르기 전에 사재기하게 마련인데, 새 브랜드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좁아진다”고 말했다. 정부를 향해 ‘종량세를 빨리 도입하라’는 압박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기간 카스 캔맥주를 미국에서 수입해 판매한 적이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버드와이저 등 세계적인 맥주 브랜드를 소유한 AB인베브가 여차하면 국내 생산을 멈추고 맥주를 전량 수입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때 오비맥주가 활발한 마케팅을 한 카스. [사진 오비맥주]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때 오비맥주가 활발한 마케팅을 한 카스. [사진 오비맥주]

카스 출고가 56원 인상에 따라 도매상이 외식·유흥업소에 공급하는 가격도 100~200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업소의 맥주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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