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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사건 재수사 여부 25일 과거사위가 결정…출국금지 서면에 특수강간 빠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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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중앙포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중앙포토]

‘별장 성접대 의혹’으로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조사를 받아온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재수사 여부가 25일 결정될 전망이다. 법무부 산하 과거사위원회는 25일 열리는 회의에서 김 전 차관 사건을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하는 안건을 논의하기로 했다. 위원회가 검찰에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면 검찰은 수사팀 배당 절차를 거쳐 강제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김학의 전 차관 '사실상' 피의자 신분?출국금지 #과거사위원회 25일 수사 의뢰 논의 #조사단-검찰의 '투 트랙' 수사 가능성

진상조사단은 25일 과거사위에 현재까지의 조사 상황과 향후 조사 방향 등을 보고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조사단의 중간보고를 토대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시점과 김 전 차관에게 적용 가능한 혐의 등을 판단한다. 조사단의 보고서에는 스폰서로 알려진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다섯 차례에 걸쳐 조사한 내용 등이 포함됐다. 또 조사단은 최근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 관련 정황을 추가로 확보해 기재했다고 한다. 조사단 관계자는 “수사 의뢰 등은 전적으로 위원회 권한으로 심의를 거쳐 결정하게 된다”며 “중간보고를 한 후 위원회의 결정을 지켜볼 예정이다”고 말했다.

22일 저녁 태국행 비행기를 타려다가 출국이 금지된 김학의 전 차관은 이미 '사실상' 피의자로 전환된 상황이다. 조사단 소속 검사가 법무부에 보낸 김 전 차관의 출국 금지 요청서에는 수뢰를 비롯한 몇 가지 혐의가 적시됐다고 한다. 그러나 당초 예상처럼 특수강간 혐의는 포함되지 않았다. 특수강간의 경우 앞서 두 차례 검찰 수사에서 불기소 처분이 났기 때문에 수사가 시작하지 않은 상황에서 임의로 적용하는 게 어려워서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에 따르면 공무원이 1억원 이상의 뇌물을 수수할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현행법상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15년이다. 그러나 2007년 12월 21일 형사소송법이 개정되기 전까진 10년이었다. 그 전에 발생한 범죄에 대해선 공소시효 10년이 적용된다.

지금껏 김 전 차관 조사를 이어온 조사단은 정식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수사권이 없다.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내린 사안을 뒤집을 권한이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위원회의 수사 의뢰 이후 검찰이 수사팀 배당 절차를 거친 이후에는 특수강간 혐의를 포함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검찰이 위원회의 수사 권고를 받아들이게 되면 조사단과 검찰 수사팀이 ‘투 트랙’으로 수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조사단은 건설업자 윤씨와 김 전 차관을 비롯한 법조계의 유착관계 전반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해나가고 검찰 수사팀은 긴급체포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한 후 사법처리를 검토하는 방식이다. 또 공소시효가 지난 혐의는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조사단이 맡고 시효가 남아 있는 부분은 검찰 수사팀이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

조사단은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김 전 차관이 거부한다면 대면 조사를 진행할 방법이 없다. 지난 15일 조사단이 김 전 차관에게 서울동부지검 출석을 통보했지만 나오지 않으면서 조사가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수사로 전환한 이후에는 김 전 차관이 출석을 거부할 때 긴급체포 등 수사기관의 권한을 동원할 수 있다.

한편 김 전 차관은 지난 22일 밤 인천공항을 통해 태국으로 가려다 긴급 출국금지조치를 당해 출국하지 못했다. 법무부는 23일  "김 전 차관에 대해 긴급출국금지조치를 취해 출국을 못 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22일 밤까지 출금 대상이 아니었던 김 전 차관은 공항 출국심사대를 통과한 뒤 비행기 탑승장에 가족과 함께 대기하다 조사단 소속 검사가 개인 자격으로 법무부에 요청한  '긴급출금조치'가 받아들여져 출국을 제지당했다.

김 전 차관 측은 "왕복 티켓을 발권했다"며 "도주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철저한 진상규명' 지시로 재수사 가능성이 커지자 김 전 차관이 해외로 몸을 피하려고 한 것이라는 의심 어린 지적이 나온다. 김 전 차관은 지난 14일 진상조사단의 소환 요구에 불응했다.

김 전 차관과 친분이 있는 한 법조인은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법적 책임을 떠나 문란한 사생활 등에 대해선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했어야 한다"며 "망신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출금 조치가 적법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피의자로서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긴급한 필요가 있는 때에는 출입국관리공무원에게 '긴급출금'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조사단은 강제 수사권이 없어 출금 요청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편법으로 조사단 소속 검사(서울동부지검에서 파견)가 권한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 지역의 한 검찰 간부는 "필요에 따라 소속이 마음대로 진상조사단에서 서울동부지검으로 바뀔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김 전 차관은 현재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가 아니라 출금이 '부당한 조치'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법무부 관계자는 "내사단계에서도 당사자에 대한 출금이 가능하다"며 "김 전 차관의 긴급출금에 대한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도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따르면 내사사건의 경우에도 피의자로 보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다르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출입국관리법에 긴급출금 대상이 '피의자'라고 명시돼 있는데 피내사자를 이와 동일시하는 건 과도한 해석"이라며 "법무부의 자의적인 법 집행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김 전 차관이 공항에 나타난 걸 알면서도 출국시켰을 경우 후폭풍이 엄청났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법무부 등의 조치가 일견 이해가 간다"면서도 "결과적으로 여론이 법보다 우선하는 결과를 낳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기정·정진호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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