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금은 조용하지만···軍 "의도된 美압박 예의주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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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5일 비핵화 협상 중단을 시사하는 발언은 평북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북한은 서해 위성 발사장)의 복원 움직임이 포착된 뒤 나왔다. 북한이 인공 위성 발사 등 미국의 우려를 자극하는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정부는 현재 북한이 당장 행동에 나설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관련 시절에서 추가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북한 온라인 매체인 '38노스' 등은 지난 주말을 전후해 상업위성 사진을 통해 북한이 동창리 기지에 크레인을 세우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후 북한의 움직임은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15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재가동 여부에 대해 “지난달 복구 움직임이 포착됐지만 최근 약 10일간 추가적인 동향은 없었다”며 “그럼에도 최 부상의 발언 이후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전인 지난달부터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일부 복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기간은 지난 2월 중순부터 이달 초 사이로 당시만 해도 회담 성공을 대비한 준비 작업으로 추정된다는 게 군 당국의 해석이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이때 북한의 복구 움직임은 외벽 페인트 칠이나 지붕 수리 등 시설 보수 정도로 한정됐다”며 “회담 이후 동창리 시설 폐기가 결정됐을 때를 내다보고 사전 준비에 나선 것으로 추정했다”고 말했다. 참관단이 방문할 경우 시설 폐기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군은 또 장거리 미사일을 만드는 산음동 연구단지에서 차량과 철도 이동 정황이 나타나지만 특이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적인 활동이라는 것이다. 이는 38노스, AP, CNN 등 미국 매체의 해석과는 차이가 있다. 지난 7일 38노스는 위성사진을 근거로 “동창리 발사장이 정상가동 상태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다만 무수단리 미사일 발사장, 신포 미사일 시험시설 등에선 특이 동향이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군 안팎에선 실제 발사 여부와 별개로 북한의 이 같은 복구 움직임이 계속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비핵화 협상이 중단된 뒤 발사 준비 정황을 계속 보임으로써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 당국자는 “이달 초부터 어제(14일)까지 특이 동향이 없는 것으로 봐선 가까운 시일 내 실제 발사로 이를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최 부상의 발언이 기점이 돼 북한이 의도적으로 긴장을 이어가려 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군 장성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이동식발사대에서도 시험 발사가 가능하다”며 “정찰이 집중되는 동창리에서 ICBM을 쏘는 도발까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최소한 통신 또는 정찰 용도의 인공위성 등 우주발사체를 띄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 2009년, 2012년에도 ICBM이 아닌 기술적으로 비슷한 위성을 발사했다고 주장하면서 ‘우주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명분을 활용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우주발사체의 경우 산음동에서 제작돼 동창리에 열차로 옮겨와 최종 조립되기까지 4~8주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며 “산음동의 열차 움직임 등이 실제 발사 의도라면 위성 발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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