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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모꼬지’의 계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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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새 학기를 맞아 대학에서는 학과나 동아리별로 단합대회를 많이 떠난다. 서로 얼굴을 익히고 소속감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봄이 되면 회사에서도 신입 사원 단합대회나 수련회를 가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단체 모임을 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엠티’라 부른다. 바야흐로 엠티의 계절이 온 셈이다.

엠티(MT)는 영어 ‘멤버십 트레이닝(Membership Training)’의 앞 글자를 딴 용어다. 언뜻 ‘멤버십 트레이닝’은 모임을 통해 구성원의 친목을 도모하고 소속감을 강화하는 행사란 의미와 잘 어울리는 말로 생각된다. 그러나 영어에는 이런 말이 없다고 한다. 소위 콩글리시다. ‘멤버십 트레이닝’ 자체가 영어에서 사용하지 않는 말이므로 이를 줄인 ‘엠티(MT)’ 또한 정확한 영어 표현이 아니다. 영어권에서 모임이나 수련회를 뜻하는 말로는 ‘party’나 ‘company outing’ 등의 용어가 쓰인다고 한다.

‘엠티’는 축약과 생략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언어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영어 단어를 마음대로 축약해 쓰기도 하고, 영어 체계에선 존재하지도 않는 단어를 줄여 사용하기도 한다. CM(상업광고)·D/C(할인)·PO(운동경기 결선)·IC(입체교차로) 등이 전자에 속하고, MT·A/S(애프터서비스) 등이 후자에 속한다.

외국어나 외래어는 우리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구나 영어에도 없는 말이라면 적절한 우리말을 찾아서 쓰는 게 낫다. ‘엠티’에는 ‘모꼬지’가 안성맞춤이다. ‘모꼬지’는 놀이나 잔치 또는 그 밖의 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것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대학가에서 엠티를 ‘모꼬지’로 바꾸어 쓰자는 운동이 인 적이 있지만 그리 확산되지는 못했다.

다행히 최근 들어 ‘모꼬지’란 말을 쓰는 예가 늘고 있기는 하다. 모꼬지밥상·모꼬지마루·모꼬지펜션 등처럼 업소나 회사 등의 이름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모임을 열면서 ‘○○ 모꼬지’로 부르는 경우가 증가했다. ‘서클(circle)’ 대신 ‘동아리’란 말이 친근해진 것과 마찬가지로 ‘엠티’도 ‘모꼬지’라 부르다 보면 익숙해진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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