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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좋은 직장’ 청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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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고정애 기자 중앙일보
고정애 탐사보도에디터

고정애 탐사보도에디터

일자리 정부라더니 정작 일자리 성적표가 부진하다고 문재인 정부를 타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그건 일부만 본 게다. 청와대 스스로 좋은 일자리가 되기 위해 얼마나 부단히 노력해왔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다. 특히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에겐 말이다.

조목조목 예를 들어보겠다. 우선 전직(轉職) 업그레이드다. 한 지인이 “39세 우리 국민 중 한 명에겐 잘된 일”로 꼽는 사례로, 한국경제·SBS 여기자 출신의 39세 청와대 행정관이 금융 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금융사 상무가 된 경우다. 자리가 신설됐다. 연봉이 수억 원대다. 혹여 이명박 정부 때 KT 전무가 된 대변인을 떠올린다면 현 정부의 ‘역량’을 무시하는 게다. 이명박 정부 때 인물은 여기자론 내로라하는 이였고 비서관(1급)이었다. 현 청와대의 인물은 만일 내로라했다면 문재인 캠프에서였을 게다. 청와대를 떠날 무렵 3급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현 정부의 행정관은 직함이 그러할 뿐 이전 행정관들과 차원이 다른 존재이긴 했다. 5급 행정관이 육군참모총장을 오라 가라 했으니 말이다. ‘벼락 3급’이라지만 상무면 겸손했다.

그보다 더 겸손한 사례가 있으니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2급)의 금융기관 상임감사 내정이다. “방송 낙하산에 반대한다”고 외쳤던 상관(조국)과의 연관성에 주목한다. 청와대는 한 번 인연을 쉽사리 접지도 않는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중국대사 내정이 그 예다. 그의 저서가 중국어로 번역된 게 발탁 배경의 하나였던 모양인데, 지금 청와대에 재직 중이라면 스와힐리어 저서를 내고 케냐·탄자니아 대사직을 노려봄직도 하겠다. 너무 높은 자리 아니냐고? 아니다. ‘UAE 특임 외교 특보’(임종석),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탁현민) 정도의 감투는 스스로 백수(‘신 백수’‘낀 백수’)로 여기는 곳이니 말이다.

종종 사의를 밝혀도 무탈하다. 오히려 영전하기도 하는데 최근 비서관이 된 고민정 부대변인이 그렇다. 대변인·부대변인이 모두 비서관인 탈권위주의 모델이다. ‘워라밸’도 언급해야겠다. 연월차를 챙기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외부 기고, 그리고 저서 발간도 가능하다. 청와대 기강을 책임진 조국 민정수석이 모범을 보인다.

물론 그림자도 있다. 시한이 있다. 권력의 부침에 따라 직장의 질도 달라진다. 장차 질 저하가 예상된다는 의미다. 소소하겐 택시 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포함해서다. “청와대로 가자(오라)”는 말이 자칫, 택시기사의 웅변을 부를 수도 있다. 진짜다.

고정애 탐사보도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