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에 왜 반대 못하나”…거제시장실 점거한 대우조선 노조원

중앙일보

입력

거제시장실을 점거한 한 대우조선 노조원들. 가장 왼쪽이 변광용 시장. [연합뉴스]

거제시장실을 점거한 한 대우조선 노조원들. 가장 왼쪽이 변광용 시장. [연합뉴스]

대우조선 노조원들이 13일 변광용 거제시장 집무실을 항의 방문해 1시간여 동안 점거하는 소동을 벌였다. 노조원들은 민주당 소속인 변 시장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며 이런 일을 벌였다.

13일 대우조선 노조원 30여명 항의 방문 #노조원들 “매각 반대 의사 밝혀라” 요구 #거제시장 “정부 정책에 입장 못 밝혀" #

13일 거제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0분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노조원 30~40여명이 거제시청 내 시장 집무실에 몰려들었다. ‘변광용 시장은 거제시장인가? 민주당 시장인가? 민주당 시장 변광용은 거제를 떠나라!’는 피켓을 든 채였다. 이어 집무실로 들어가려는 노조원과 시청 직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시장 집무실 문과 응접실 탁자 등이 부서졌다.

집무실로 들어간 노조원들은 시장 책상에 놓여 있던 각종 서류를 던지기도 했다. 그리곤 문과 벽, 창 등 집무실 곳곳에 ‘대우조선 매각반대’ 스티커를 붙였다.

대우조선 노조원들이 거제시장실에서 집기 등을 던져 아수라장이 됐다. [연합뉴스]

대우조선 노조원들이 거제시장실에서 집기 등을 던져 아수라장이 됐다. [연합뉴스]

이들은 변 시장에게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최근 대우조선 노조와 협력업체 등이 시내 곳곳에 붙인 매각 반대 현수막을 거제시가 철거한 것을 항의하기도 했다.

변 시장은 지난달 중앙일보의 대우조선해양 매각 관련 서면 질문에 “13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이 국내 조선산업의 합리화와 재도약을 위한 조치라고 한다면 거스를 수는 없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매각에 완강히 반대하는 노조 입장과는 온도 차가 있는 답변이다.

이후에도 변 시장은 비슷한 입장을 유지했다. 거제시 관계자는 “매각을 추진하는 정부 정책에 시장으로서 그동안 입장을 내놓을 수 없었다”며 “대신 거제 경제의 40%를 차지하는 대우조선이 동종사인 현대중공업에 매각되면 구조조정 등으로 거제와 경남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매각된다면) 대우조선의 독립경영과 노동자 고용보장, 협력사 피해 최소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은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13일 대우조선 노조원들이 시장 집무실을 예고 없이 찾아 출입문을 부수고 집무실 곳곳에 대우조선 매각반대 스티커를 붙였다. [뉴스1]

13일 대우조선 노조원들이 시장 집무실을 예고 없이 찾아 출입문을 부수고 집무실 곳곳에 대우조선 매각반대 스티커를 붙였다. [뉴스1]

노조는 그러나 변 시장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태준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대우조선 매각은 지역경제에 큰 악영향을 끼치는 만큼 선출직으로 뽑힌 시장이 지역민과 뜻을 같이해야 하는데 오히려 같은 당 소속이라고 정부의 눈치만 보고 있다”며 “변 시장은 매각에는 반대하지 않으면서 매각 이후 대우조선 노사나 협력업체 등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애매한 답변만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수라장 된 거제시장실. [연합뉴스]

아수라장 된 거제시장실. [연합뉴스]

이날 변 시장과 노조원들은 시장실에서 30여분간 면담을 했다. 변 시장은 이 자리에서 “노조와 입장이 같고 함께 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지만 “매각에 반대한다”고 명확히 말하지 않았다. 대우조선 노조원들은 1시간여 동안 시장 집무실에 머문 뒤 스스로 나갔다.

거제=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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