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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인천 크루즈항, ‘월미은하레일’의 실패 교훈 삼아야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7일 오전 인천항 크루즈 임시 부두에 정박한 미국 홀랜드아메리카 소속 크루즈 웨스테르담호에서 관광객들이 하선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오전 인천항 크루즈 임시 부두에 정박한 미국 홀랜드아메리카 소속 크루즈 웨스테르담호에서 관광객들이 하선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오전 9시 인천항이 떠들썩했다. 미국·캐나다·독일 등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과 승무원 2800여 명을 태운 8만t급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가 입항해서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가야금 공연과 한복 입기 체험, 다과 시식 같은 행사가 열렸다. 배에서 내린 관광객들은 송도국제도시와 중구 개항장 일대를 둘러봤다.

웨스테르담호가 정박한 곳은 크루즈 임시 부두다. 오는 26일에는 송도국제도시 9공구에 크루즈 전용 터미널이 개장한다. 이 터미널은 지상 2층, 연면적 7364㎡에 길이 430m로 세계에서 가장 큰 22만5000t급 크루즈선이 정박할 수 있다.

인천시는 전용 터미널 개장으로 크루즈 산업이 활성화하면 지역경제가 활기를 띠고 인천을 알릴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개장을 한 달여 앞둔 현재까지도 개장 준비가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정숙 인천시의원(자유한국당)은 “인천항 주변에 상권이 형성돼 있지 않고 관광자원 역시 부족하다”며 “관련 분야 전문가를 배치해 중장기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 역시 부정적 요소다. 유럽·미국 등에서 인천을 찾을 수 있게 관광상품 개발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박성민 인천시의원(자유한국당)은 “소프트웨어를 갖추지 못한 크루즈 산업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크루즈 터미널을 개장한 다른 지자체 상황은 좋지 않다. 강원도 속초시 속초항 국제크루즈터미널은 373억원을 들여 2017년 9월 개장했지만 사드 영향 등의 이유로 3월 현재까지 3척만 입항했다. 제주 서귀포시 제주 서귀포시 제주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크루즈 터미널 역시 개항 9개월 만인 지난 2일 처음 크루즈선이 들어왔다. 이 터미널 건설에 들어간 사업비는 600억원이다.

2017년 인천시 중구 월미공원역의 모습. 월미도 관광활성화 사업으로 추진된 월미은하레일은 부실공사로 개통하지 못하고 모노레일 사업이 추진됐지만 아직 운행을 시작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2017년 인천시 중구 월미공원역의 모습. 월미도 관광활성화 사업으로 추진된 월미은하레일은 부실공사로 개통하지 못하고 모노레일 사업이 추진됐지만 아직 운행을 시작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인천 크루즈 전용 터미널의 공사 기간은 1년 5개월, 사업비는 202억원이다. 지난해 크루즈 임시 부두에 들어온 크루즈선은 11척이었다. 인천항만공사 측은 “올해 18척의 크루즈선이 입항할 계획이었지만 2건이 취소돼 16건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개통할 계획인 인천의 도심 관광용 모노레일 ‘월미궤도차량’은 2008년 ‘월미은하레일’로 사업을 추진해 10여 년 동안 1000억원가량을 들이고도 안전성 문제 등으로 운행하지 못했다. 인천 관광산업의 큰 축을 담당할 크루즈 터미널이 월미은하레일 같은 애물단지가 되지 않으려면 개장 전 부족한 점을 잘 살펴 개선해야 한다.

최은경 사회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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