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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2년 지나도 어정쩡한 한국당… "여전히 박근혜 굴레에 갇혀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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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2년을 맞은 10일, 정치권에선 탄핵 정당성을 두고 또다시 공방이 일었다. 특히 자유한국당의 모호한 태도를 두고 "아직도 박근혜 굴레에 갇혀 있는가"란 비판이 거셌다.

2017년 3월 10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주재로 열리고 있다. [중앙포토]

2017년 3월 10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주재로 열리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공히 한국당의 ‘도로친박당’ 모습을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이날 “탄핵 2년이 지난 지금, 한국당은 전당대회를 거치며 탄핵을 부정하더니 급기야 형이 확정되지도 않은 박 전 대통령 사면을 운운하고 있다”며 “‘친박당’이라는 과거와 한계를 극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라”고 비판했다. 권미혁 원내대변인도 “제1야당에서 나오는 탄핵 부정과 사면 등의 발언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 시점에 큰 충격과 우려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도 이날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의 ‘박근혜 사면론’에 대해 “재판이 진행 중이고 사법 판단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사면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지나치게 심한 정치 공세”라고 했다.

이날 “탄핵의 주역이었던 세력이 여전히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 “박근혜의 그림자를 자처하는 한 한국당에 과거만 있을 뿐 미래는 없다. ‘도로 친박당’만 있을 뿐”(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이라는 쓴소리도 나왔다.

정작 한국당은 이날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제 그만 탄핵 열차라는 과거에서 벗어나 국민과 함께 미래를 향해 걸어가길 바란다”(김현아 원내대변인)는 논평을 냈다. 탄핵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현보단 “더 이상 거론하지 말라”는 식이었다. 황교안 대표도 이날 부산의 한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탄핵 2주년에 대해 “정말 안타까운 사태 있었지만 이제는 미래를 향해 새출발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중앙포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처럼 한국당이 탄핵에 대해 계속 어정쩡한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은 "열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당 한 중진의원은 “태극기 부대와 강성 지지자들이 '돈 한 푼 받지 않은 박근혜는 억울하다'고 부르짖고 있으니 새 지도부 역시 정서적으로 '박근혜 동정론'에 기대면서 확실한 가르마를 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황교안 대표는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 절차엔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태블릿PC 조작’ 발언까지 해 탄핵 불복 논란을 자초했다. 당 대표가 된 이후엔 ‘박근혜 사면론’을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지난 6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석 석방되자, 이튿날 “국민의 여러 의견이 감안된 조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탄핵 모호론에 대해 여권은 물론 전문가도 "헌정주의를 최우선 가치로 두어야 할 보수 정당의 자기 부정"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헌법적 가치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면 한국당은 퇴행 논란이 아닌, 민주정당으로서의 존재를 의심받을 것”이라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박근혜 프레임’은 여당이 바라는 건데 한국당이 자초하고 있다"며 "서둘러 탄핵부정 프레임을 벗지 못하면 늪에서 계속 허우적댈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준영ㆍ이우림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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