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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는 위성 발사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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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시간) 에어버스 위성 사진에 찍힌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수직 미사일 발사대가 거의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 CSIS가 7일 밝혔다. [사진 에어버스ㆍCSIS]

지난 6일(현지시간) 에어버스 위성 사진에 찍힌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수직 미사일 발사대가 거의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 CSIS가 7일 밝혔다. [사진 에어버스ㆍCSIS]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경고음이 잇따라 들리고 있다. 북한은 2011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대형 로켓엔진 시험 시설과 발사대를 만든 뒤 이 곳을 ‘서해 위성 발사장’이라고 부르고 있다.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와 조지프 버뮤데즈 연구원은 7일(현지시간) “지난 6일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대형 로켓엔진 시험 시설과 발사대를 재건해 정상 운영 상태로 되돌려 놨다”고 말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도 이날 상업용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북한은 지난달 27~28일 2차 북ㆍ미 정상회담 이전부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재건이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은 지난해 6ㆍ12 1차 북ㆍ미 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폐기를 약속했고, 지난해 7월 주요 시설이 철거됐다. 지난해 남북 정상은 9ㆍ19 평양 공동선언에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은 지난 5일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은 복구 움직임이 있다고 보고했다.

조엘 위트 스팀슨 센터 수석연구원 겸 38노스 대표. [연합뉴스]

조엘 위트 스팀슨 센터 수석연구원 겸 38노스 대표. [연합뉴스]

이에 따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장거리 미사일을 곧 발사하면서 미국에게 경고를 하면서 비핵화 협상의 판돈을 올리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38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 스팀슨 센터 수석연구원은 북한이 위성을 탑재한 우주 발사체를 쏠 가능성을 제시했다.

우주 발사체와 장거리 미사일은 우주 발사체가 위성을 우주 공간에 내놓는 데 비해 장거리 미사일은 탄두를 원하는 지점에 떨어뜨리는 점을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하다.

위트 수석연구원은 “서해 미사일 발사장에서 ICBM을 발사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으며 위험하다”면서 “우주 발사체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해야 최소한의 중국과 러시아의 정치적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4월 중순 예정인 14차 최고인민회의를 계기로 우주 발사체 발사를 감행할 수 있다. 그리고 트럼프 정부에 ‘협상하자’고 제안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우주 발사체를 확보했다면 발사를 준비하는 데 2주 정도면 된다”고 덧붙였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도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영구 폐기 약속에도 불구하고 ‘평화로운 우주개발’이란 명분으로 우주 발사체 발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2년 12월 12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우주 발사체 은하 3호가 발사되고 있다. [노동신문]

2012년 12월 12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우주 발사체 은하 3호가 발사되고 있다. [노동신문]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2012년 두 차례(은하 3호), 2016년 한 차례(광명성) 우주 발사체를 발사했다. 또 2017년 3월 18일 액체연료를 쓰는 신형 고출력 엔진인 백두 엔진의 연소 시험에 성공했다. 백두 엔진은 ICBM급인 화성-14형과 화성-15형의 엔진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유엔은 핵무기 운반 체계 개발에 일조할 수 있다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의 우주 발사체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의 고위 당국자도 “우주 발사체 발사라 해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 발사 유예하기로) 한 약속에 상충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지난해 10월 유엔 총회에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때문에 평화로운 우주개발을 못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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