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돌 들고 찾아온 방용훈 부자 CCTV 공개…"재수사" 청원 빗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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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부인 고(故) 이미란씨 친언니 집 앞에서 찍힌 2016년 11월 1일 폐쇄회로(CC)TV 영상. [사진 PD수첩]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부인 고(故) 이미란씨 친언니 집 앞에서 찍힌 2016년 11월 1일 폐쇄회로(CC)TV 영상. [사진 PD수첩]

조선일보 대주주인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부인 고(故) 이미란씨의 사망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5일 방송된 MBC 'PD 수첩'은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라는 제목의 방송에서 이씨가 지난 2016년 한강 투신 전 방 사장과 그의 자녀들에게 학대를 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씨는 지난 2016년 9월 1일 한강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다음날 서울시 강서구 가양대교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갓길에 세워져 있던 차 안에는 유서 7장이 남아있었다. 방송에서 공개된 이씨의 음성 메시지에는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했지만 억울함을 알리려면 이것밖에 없다"며 남편 방 사장의 이름을 언급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방 사장 부인 사망 배경엔 가족의 학대" 

이씨의 유족 측은 이날 방송에서 이씨가 생전 방 대표의 자택 지하방에서 감금 생활을 했으며 자녀들이 사설 앰뷸런스를 동원해 이씨를 쫓아냈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신체적 학대의 정황으로 의심될 만한 전신 흉터 사진도 공개했다. 방 사장의 집에서 일하던 전직 가사도우미는 방송에서 "자기네는 1층에서 파티처럼 밥을 먹고 깔깔댔지만 사모님은 지하실에서 아침에 고구마 2개, 달걀 2개를 먹고 나중에는 입에서 썩은 내가 올라올 정도로 속이 비어 있었다"고 말했다.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부인 고(故) 이미란씨 유족이 공개한 고인의 흉터 사진. [PD수첩]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부인 고(故) 이미란씨 유족이 공개한 고인의 흉터 사진. [PD수첩]

유족 측은 이씨의 언니 이미경씨 집 앞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도 공개했다. 이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지 두 달이 지난 11월 1일 새벽 1시쯤 발생한 일이다. CCTV에는 맨발로 찾아온 이씨의 아들이 커다란 돌을 들고 와 현관문을 내리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후 방 사장도 차를 타고 와 등산용 도끼를 들고 내리는 모습도 찍혀있다. 방 사장과 아들은 함께 이씨 언니 집 현관문을 내리쳤다.

이씨 유족은 방 사장 자녀들이 이씨를 생전에 학대했다고 주장하며 자살교사, 존속상해, 공동감금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사건을 배당받은 수서경찰서는 방 사장 자녀들을 공동존속상해 혐의 기소의견으로 넘겼다. 지난 1월 1심 재판부도 이들 자녀에게 강요죄 유죄판결을 내리고 징역8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방 사장과 아들이 이씨의 집에 찾아가 현관문을 내리친 사건과 관련해 용산경찰서는 불기소(혐의 없음) 의견을 냈다. CCTV에 방 사장이 아들을 말리는 장면이 있어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게 경찰 측 입장이다.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부인 고(故) 이미란씨 친언니 집 앞에서 찍힌 2016년 11월 1일 폐쇄회로(CC)TV 영상. [사진 PD수첩]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부인 고(故) 이미란씨 친언니 집 앞에서 찍힌 2016년 11월 1일 폐쇄회로(CC)TV 영상. [사진 PD수첩]

방 사장의 아들은제작진에게 "더이상 드릴 말씀 없고 변명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있는 그대로 알아서 해석하시면 될 것 같다"며 "요즘 중요한 게 얼마나 많은데 북미회담 봐야 할 것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왜 엄마, 사설 구급차 뭐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방 사장은 "사람을 나쁘게 만드는 게 그렇게 쉽다. 애들이 형을 받은 게 억울하다"며 "애들은 엄마를 사랑했는데 이모와 할머니가 애들을 고소했다"고 주장했다.

갈등 원인은 사라진 50억원?  

방송에 따르면 이씨와 방 사장 자녀들 사이의 불화는 50억원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씨의 아들 방모씨는 경찰 조사에서 "20년 전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50억원을 맡겼는데 그 돈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씨의 언니는 "남편이 자기에게 준 돈이 자기 돈이라 생각하고 잊어버리다시피 했다. 그런데 (그 돈이) 아들 돈이라고 했다는 거다. (방 사장이 아들에게) '네가 알아서 찾아서 가져라. 유산이 한 푼도 없다. 엄마가 다 썼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방 사장 측은 PD수첩 측에 반론보도를 청구한다고 알려왔다. 방 사장 측은 '사라진 50억원'과 관련해 고인이 아닌 고인의 언니 이미경씨가 관리했으며 고인의 사망 직후 공동 관리하던 계좌를 이씨가 해제했다고 주장했다. 방 사장 측은 "이씨가 50억원의 사용내역을 밝히지 않고 오히려 내용증명을 보내 갈등을 증폭시켰다"며 반론보도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방송된 PD수첩은 시청률은 6.2%(이하 전국 기준)로 올해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방송이 나간 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이미란씨 사건을 재조사 해달라'는 청원이 6일 오후까지 약 30건 올라왔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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