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어머니에 팔순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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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아들이 오전에 선물한 휠체어를 타고 방으로 들어섰다. 김씨는 휠체어를 상 쪽으로 밀고 가 어머니를 자리에 앉히며 "아들 때문에 고생 많이 했을 텐데, 60돌.70돌도 못 차려 드리고 해서 80돌을 준비했는데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휠체어에는 'Dr. K'라는 상표가 새겨져 있었다. 미국산이다.

김씨는 어머니에게 북한산 백로술을 따르며 "어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80돌이 아니라 90돌, 100돌까지 건강하시라"고 했다. 아들은 미소를 지었고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

옆에서 지켜보던 손녀 은경(일명 혜경.19)양도 손에 든 손수건으로 연방 눈물을 닦아냈다. 며느리 박춘화(31)씨가 술을 한 잔 따른 뒤 부부는 "어머니 오래오래 사십시오"라며 큰절을 올렸다. 은경양과 손자 철봉(7)군도 함께 술을 따랐다. 철봉군은 "할머니 장수하십시오"라고 말한 뒤 절을 올렸다.

김씨는 선물을 꺼냈다. 산삼을 보이면서 "어머니 이거, 건강하시라고 제가 마련한 산삼인데 90년짜리야. 꼭 잡수시고 오래오래 사셔야 해"라고 했다.

산삼이 든 나무상자에는 '조선 산삼 조선평양'이라고 쓰여 있었다.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눈시울을 적셨다. 아들은 이어 비단 옷감이 든 상자를 건넸다. 은경양과 철봉군은 청잣빛 도자기 식기 세트를 선물했다. 북측은 이 행사를 당초 5분 동안만 공개하겠다고 했다가 20분여로 늘렸다.

금강산=공동취재단,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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