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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훈의 축구.공.감] 한국 축구가 이강인·정우영을 제대로 쓰려면…

중앙일보

입력

스페인 발렌시아 소속 미드필더 이강인은 한국 축구 세대교체의 기수로 주목 받는다. [발렌시아 구단 SNS]

스페인 발렌시아 소속 미드필더 이강인은 한국 축구 세대교체의 기수로 주목 받는다. [발렌시아 구단 SNS]

불현듯 찾아온 봄과 함께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고민도 시작됐다. 가깝게는 아시안컵 부진으로 가라앉은 대표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멀게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본선을 앞둔 대표팀 체질 개선을 위한 고민이다.

벤투, 3월 A매치서 세대교체 고민 #U-20 월드컵 등 사전조율이 필수

다행스러운 건 그 고민이 ‘행복한 고민’에 가깝다는 점이다. 여러 옵션을 펼쳐 놓고,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다만, 선택에 따라 향후 대표팀 진로는 여러 갈래로 갈릴 수 있다.

가장 먼저 대표팀 최전방 ‘원톱’ 자리를 놓고 경쟁이 불 붙었다. ‘붙박이’ 황의조(27·감바 오사카)를 향해 ‘백업’ 지동원(28·아우크스부르크)이 도전장을 던진 모양새다. 지동원은 지난 2일 독일 분데스리가 24라운드 홈 경기에서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두 골을 몰아쳐 2-1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3, 4호골이다.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소속 공격수 지동원은 최근 절정의 골 감각을 보이고 있다. [아우크스부르크 SNS]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소속 공격수 지동원은 최근 절정의 골 감각을 보이고 있다. [아우크스부르크 SNS]

지동원의 최근 활약상은 대표팀 공격수 가운데 가장 도드라진다. 세 경기 연속으로 공격포인트(3골, 1도움)를 기록했다. 특히 상대 골키퍼 키를 살짝 넘기는 감각적인 칩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던 골은 ‘아름다웠다’는 찬사를 한몸에 받았고, 분데스리가 홈페이지 메인 화면까지 장식했다.

지동원의 활약이 이어지자, 황의조도 득점포로 응수했다. 2일 시미즈 S펄스전에서 시즌 마수걸이 골을 성공시켰다. 소속팀 감바 오사카도 4-2 크게 이겼다. ‘굴러온 돌’ 지동원과 ‘박힌 돌’ 황의조의 경쟁을 지켜보는 벤투 감독은 표정 관리에 여념이 없다.

대표팀의 중원은 세대교체와 관련해 주목할 지역이다. 우선 18살 공격형 미드필더 이강인(발렌시아)과 20살 중앙 미드필더 정우영(바이에른 뮌헨)의 국가대표 발탁 여부가 관심사다. 이강인은 지난달 발렌시아 1군 계약을 한 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가 주목하는 ‘블루칩 유망주’로 떠올랐다. 정우영은 3일 묀헨글라드바흐전 후반 교체 출장하며 분데스리에 데뷔했다. 지난해 11월 유럽 챔피언스리그 벤피카전 출전으로 1군 무대에 데뷔한 데 이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독일 바이에른 뮌헨이 트위터를 통해 정우영의 분데스리가 데뷔를 축하했다. [바이에른 뮌헨 트위터]

독일 바이에른 뮌헨이 트위터를 통해 정우영의 분데스리가 데뷔를 축하했다. [바이에른 뮌헨 트위터]

이강인·정우영 등 ‘젊은피’를 대표팀에 하루 빨리 수혈해 앞날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범근(66)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A팀 경험을 통해 잠재력이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이 성장할 수 있다”며 ‘조기발탁론’에 힘을 실었다. 차 감독은 본인이 '조기발탁'의 성공사례다. 만 19살이던 지난 1972년 A팀에 뽑혔고, 이를 발판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축구스타가 됐다.

이달 열리는 두 차례 A매치가 '젊은피'를 점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지난 10년간 대표팀 중원을 책임쳤던 기성용(30·뉴캐슬)과 구자철(30·아우크스부르크)이 한꺼번에 은퇴했다. 두 기둥이 받쳤던 자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실험이 불가피하다.

일정상으로도 이번이 적기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이 9월에 시작한다. 다음 번 A매치데이 기간인 6월은 '실험' 이 아니라 월드컵 예선 '실전' 준비를 할 때다. 권창훈(25·디종)의 컴백, 이승우(21·헬라스 베로나)의 중용, 손흥민의 포지션 이동 등도 같은 맥락에서 눈길이 모아지는 점검 소재다.

권창훈의 복귀는 대표팀 미드필드진 구성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AFP=연합뉴스]

권창훈의 복귀는 대표팀 미드필드진 구성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AFP=연합뉴스]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건 이강인·정우영의 A팀 발탁을 위한 축구협회 차원의 사전조율을 철저히 하라는 점이다. 유럽 등지에선 통상적으로 10대 선수가 A팀에 발탁되면, 20세 이하(U-20)팀이나 23세 이하(U-23)팀 등 연령별 대표팀을 건너뛴다.

만약 벤투 감독이 이번에 이강인을 부를 경우, 그의 소속팀 발렌시아는 이후 연령별 대표팀 소집를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정작 이강인이 절실한 5월의 U-20 월드컵 본선이나 내년 1월의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에 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이강인이 U-20팀과 U-23팀, A대표팀까지 여러 대표팀에 줄줄이 불려다니며 혹사당하는 그림도 결코 아름답지 않다. A대표팀을 이끄는 파울루 벤투 감독과 20세 이하 팀 정정용 감독, 23세 이하 팀 김학범 감독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필요하다면 축구협회가 적극적으로 중재 내지는 교통정리에 나서야 한다.

한국 축구에 가장 크게 도움이 될 방법이 무엇일까. 결정의 기준은 그것 하나뿐이다.

축구팀장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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