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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6조 까먹은 국민연금, 제대로 운용되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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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민의 노후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할 국민연금이 최악의 운용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기금운용 수익률은 1988년 기금 설립 이후 최저치인 -0.92%였다. 마이너스 수익률로 마감한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0.18%) 이후 두 번째로, 이에 따른 손실 평가액만 5조9000억원에 달한다.

국민연금공단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미 증시 급락 등을 수익률 악화의 주 요인으로 꼽으면서, 각각 -7.7%와 -3.5%의 형편없는 수익률에 머무른 일본공적연금펀드(GPIF)와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CalPERS) 등 다른 글로벌 연기금에 비해 국민연금은 비교적 선방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말이다. 채권 같은 안전자산보다 주식 비중(둘 모두 48%)이 더 큰 이들 글로벌 연기금과 달리 국민연금은 주식(35%)보다 채권(52.9%) 비중이 월등히 높다. 증시가 좋을 땐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지만 지난해와 같은 약세장에선 안전성이 높기 때문에 수익률 방어에 더 용이하다는 얘기다.

다른 연기금에 비해 안전자산 비중이 확연히 높은데도 국민연금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시장 저조와 같은 외적 환경을 감안한다 해도 기본적인 운용 역량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리더십 공백과 전문인력 이탈 등 내부 요인이 더 컸다는 얘기다. 실제로 우리와 비슷한 규모의 주식 비중(32%)으로 운영되는 캐나다 연기금(CPPIB)은 마이너스는커녕 8.4%의 운용 수익을 냈다.

국민연금을 고작 1년의 단기 수익률로 평가하는 게 무리라는 의견도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좋을 땐 덜 벌고 나쁠 때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는 현재의 국민연금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국민연금공단은 외부 환경을 탓하는 대신 지금이라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장기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