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레어, 트럼프 웰던···스테이크 굽기 선호도 달라"

[단독] 북미 정상회담 총책임 셰프 인터뷰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인 폴 스마트 메트로폴호텔 총괄셰프. 북미 정상회담의 오찬을 총지휘했다. 사진=김현기,정효식 특파원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의 결렬은 폴 스마트 메트로폴 호텔 총괄셰프에게도 비보(悲報)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위한 지난달 28일 오찬 준비를 총괄한 그는 회담 결렬 다음날인 1일 메트로폴 호텔에서 중앙일보를 만나 “역사의 한 페이지에 장식될 수 있었던 오찬인 만큼 모든 정성을 들여 준비했다”며 “아쉽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호주 남부 애들레이드 출신의 스마트 총괄셰프는 런던 리츠칼튼 호텔 등을 거쳐 2017년 메트로폴에 총괄셰프로 부임했다.

회담장 메트로폴 호텔 총괄 세프 인터뷰 #전날 트럼프,김정은 역사상 첫 만찬도 지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난 다음날인 1일 메트로폴호텔 라베랑다룸에 놓인 오찬테이블. 이 테이블에서 북미 양 정상이 오찬을 즐길 예정이었다. 이 꽃바구니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오찬 테이블에 놓일 예정이었다고 한다. 사진=전수진 기자

스마트 총괄셰프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위해 준비한 오찬 코스는 전채→본식→디저트로 이어졌다. 메뉴 선정은 북ㆍ미가 정치적 의미를 고려해 주도했고, 스마트 총괄셰프는 메뉴의 조리와 프레젠테이션에 집중했다고 한다. 그는 “오찬 메뉴 선정이 정말 늦게 마무리됐다”며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평소 한식에 관심이 많고 즐겨 먹었기 때문에 준비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난 다음날인 1일 메트로폴호텔에서 호텔측이 남겨놓은 양 정상의 자리. 사진=전수진 기자

오찬 취소 결정은 메트로폴 호텔 주방에도 급작스럽게 전달됐다고 한다. 스마트 총괄셰프와 그의 팀이 모든 조리를 마친 뒤였다. 로이터가 입수해 보도한 메뉴판엔 푸와그라(거위 간) 요리, 주요리로 심해 어종인 은설어를 이용한 요리, 후식으로는 바노피 파이(바나나와 생크림을 이용한 영국식 파이)와 개성 고려인삼을 설탕에 절인 인삼정과와 인삼차가 제공될 예정이었다. 스마트 셰프는 “인삼은 훌륭한 식재료”라며 “정성을 다해 맛있는 정과를 만들었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맛보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오찬까지 회담이 이어졌다면 정성어린 요리가 회담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는 기자의 덕담에 스마트 셰프는 “그랬다면 정말 좋았을 것”이라며 “요리가 잘 됐다는 자신이 있었는데 아쉽다. 나중에 다른 기회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폴 스마트 메트로폴호텔 셰프.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오찬을 담당했다. [메트로폴 호텔 홈페이지]

스마트 셰프는 앞서 27일 양 정상의 회담 첫날 만찬도 담당했다. 만찬의 메인 메뉴는 스테이크였는데, 굽기 정도에서도 두 정상의 견해차가 있었다는 게 그의 얘기다. 그는 만찬 후 AFP통신에 "김정은 위원장은 ‘미디엄 레어’에서 ‘베리 레어’, 트럼프 대통령은 ‘웰던’을 희망했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고기 질이 좋아야 맛이 나는 레어를 희망한 것을 보면) 식재료의 질을 중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의 전속 요리사 두명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라면서 “캐비어, 랍스타, 푸아그라 등 고급 식재료를 좋아하고 즐긴다”라고 전했다.

하노이=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