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회담 결렬 충격으로 시진핑 안 만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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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1월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중 소식을 지면을 통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1월 8일 중국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건배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1월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중 소식을 지면을 통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1월 8일 중국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건배하는 모습. [연합뉴스]

베이징의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3일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따른 충격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베이징에 들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지 않고 바로 평양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엔 귀로에 시 주석을 예방해 중국 길로 오간 데 대한 사의를 표하며 회담 결과를 공유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소식통은 “이번엔 북·중 정상이 만나지 않기로 정리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베트남에 왔을 때보다는 많이 안 좋아진 상태라고도 전했다. 중국 내 외교 소식통들 사이에서 ‘평양 직행설’ 관측이 나오는 것은 중국에서도 이번 북·미 정상회담 결렬이 북·미 관계는 물론 동북아 정세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중국과 접경 지역인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해 현지 환송단에게 손을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중국과 접경 지역인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해 현지 환송단에게 손을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2일 오후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을 출발한 김 위원장은 현재 중국 광시(廣西)장족자치구의 핑샹(憑祥)을 통과해 빠르게 북상 중이다. 김 위원장이 심야에 담배를 피우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던 난닝(南寧)에는 이미 대형 가림막이 설치됐다.
김 위원장의 평양 귀환 루트는 현재 세 갈래로 알려진다. 첫 번째는 김 위원장이 베트남을 향해 남행했던 길을 역으로 올라가는 코스다. 난닝에서 후난(湖南)성 헝양(衡陽)과 창사(長沙) 등을 통과해 후베이(胡北)성 우한(武漢),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 등을 거친다.
두 번째는 난닝에서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로 우회했다가 북상하는 경우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을 만나지 않는다면 베트남으로 향했을 때와 같이 베이징을 거치지 않고 톈진(天津)을 지날 것으로 보인다. 4일 오전 톈진 통과 가능성이 높다.
북중을 잇는 중조우의교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중국 단둥(丹東)의 중롄(中聯)호텔은 이미 5일까지 예약을 받지 않고 있어 이날 안으로 김 위원장이 중국을 빠져 나와 북한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단 김 위원장이 광저우에서 항공편을 이용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광저우에서 베이징까지 비행 시간은 3시간 30분 정도다. 김 위원장이 항공기로 베이징에 온다는 건 시 주석과 만난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베이징시 교통관리국이 2일 발표한 ‘임시 교통관리 조치’에 따르면 3일 점심부터 오후까지 베이징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고속도로를 비롯해 일부 구간이 통제될 예정이다. 일각에선 이게 김 위원장 동선과 관련이 있는 것이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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