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교 급식 직영한다는데 현장서 장·단점 따져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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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초등학교뿐 아니라 중학교 급식까지 직영체제로 바꾸는 데 합의했다. 직영급식이 집단 식중독 사태와 같은 안전사고를 막는 최선의 대안이라는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직영급식 역시 장.단점이 있다. 현재 직영급식을 하는 학교와 위탁급식을 하는 학교를 둘러봤다.

직영 A학교
음식 질 좋지만 학교 부담 커

28일 낮 12시40분 서울 마포구 A중의 3학년 교실. 복도 배식대에서 각자 식판에 음식을 담아온 학생들이 삼삼오오 교실에 모여 앉아 점심을 먹고 있었다. 학생식당이 없는 이 학교는 지난해 9월 위탁급식에서 직영으로 바뀐 뒤 배식대는 조리실에서 각 교실 앞 복도까지 파트타임으로 고용된 사람들이 옮겨다 준다. 배식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한다. 복도를 둘러보던 이 학교 교감은 "배식 당번은 일회용 비닐장갑을 껴야 하는데 학생들이 귀찮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매일 위생교육을 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학생과 교사들은 직영이 된 뒤 음식 가짓수가 준 대신 맛은 훨씬 좋아졌다고 한다. 학생들은 "음료수 같은 게 안 나와 아쉽다"면서도 "김치가 훨씬 맛있어졌다"고 말했다. 이 학교 영양사인 김미영씨는 "급식비는 2300원으로 위탁할 때와 같다"며 "값이 비싼 국산 농산물과 김치 등을 사용하다 보니 후식은 제공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대형 위탁급식업체에서 8년을 근무했던 김씨는 "직영은 위탁보다 영양사의 재량권이 크기 때문에 식자재의 질을 좀 더 까다롭게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영양사는 "직영을 한다고 식중독이 안 생긴다는 보장이 없다"며 "항상 오전 7시 전에 출근해 조리사 등과 함께 식자재를 철저히 검사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경우 위탁급식에서 직영으로 전환하는 데 1억4000만원 정도 들었다. 그는 "올 여름방학 때 교육청에서 1억2000만원을 추가로 지원받아 조리장 시설을 고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학교 교장은 "직영은 장점도 많지만 학교 측의 책임이 너무 커서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영양사 한 명의 인건비만 교육청에서 지원받고 있다"며 "전담 인력이나 시설 유지비 등에 정부의 지원이 보다 많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수 기자

위탁 B학교
비용은 싸지만 품질 들쭉날쭉

"아주 맛있었어요." "나도요…." "그래? 난 별로였는데."

28일 낮 12시 서울 마포의 B중.고교. 운동장 한구석에 있는 식당에서 나오는 학생들은 음식 맛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들은 이날 등뼈우거지탕에 기장밥.연두부.어묵볶음.김치 등을 함께 먹었다.

임시건물인 식당은 다소 어두웠다. 학교 관계자는 "6년 전 급식을 시작할 때 정부가 조리실만 지어줘 급식 업체가 식당 건물을 짓고 조리기구도 준비했다"며 "그러다 보니 식당을 임시건물로 지었고, 소방 문제 때문에 조명 시설을 더 못 달았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지난해 9월 급식업체를 바꿨다. 음식의 질이 떨어져서다. "시설 투자비를 회수해야 한다"는 업체와 1년여간 승강이를 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업체를 바꾼 뒤에야 같은 급식비로 음식의 질이 얼마나 바뀔 수 있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업체는 위생을 고려, 식당 바닥에 먼지를 흡수하는 특수 바닥재를 깔 정도로 전문가"라며 "비전문가인 우리로선 생각도 못할 일"이라고 전했다.

실제 이 업체는 오전 6시30분 영양사와 조리장 두 명이 식자재를 받는 것부터 일을 시작한다. 포장에 든 건 일일이 뜯어본다. 한 시간쯤 걸린다. 학부모나 구청 지킴이 등 다섯 곳에서 불시에 나와 지켜보는 일도 있다. 가공된 제품을 받을 때 조리하면서 세 차례 검사를 한다. 이 업체 N사장은 "대기업 제품이라고 믿고 샀는데 이상이 있어 배식 전에 모두 폐기한 적이 두 번 있었다"며 "사고가 나면 우린 죽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급식비 중 식재료비 비중이 60% 안팎으로 직영 급식(70% 내외)보다 낮은 것은 "대량으로 구매해 직영 학교보다 식재료를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직영 전환을 부담스러워 한다. 학교 관계자는 "(개정안에 따르면) 1년 중 120일을 배식하기 위해 62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영양교사를 포함해 결과적으로 10여 명을 고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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