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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업계는 지금…<32>수요 많은 퍼스컴시장만 "반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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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946년 미펜실베이니아대가 미사일탄도계산용으로 ENIAC란 진공관식 컴퓨터를 인류최초로 개발한 이래 컴퓨터는 우리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유인우주선의 달착륙이 가능했고 사무자동화·공장자동화는 물론 가정자동화도 모두 컴퓨터 덕분이다.
우리나라에 컴퓨터가 첫선을 보인 것은 경제기획원이 인구통계용으로 IBM1401이란 소형컴퓨터를 도입한 1967년의 일이다.
그러나 컴퓨터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를 굳힌 것은 불과 6∼7년전의 일이다.
컴퓨터 전문메이커인 삼보컴퓨터가 82년 8비트 퍼스컴(개인용컴퓨터·PC)을 개발한데 이어 83년 금성·대우·로얄이 컴퓨터생산에 참여, 이 해에만 5개업체가 8비트짜리 퍼스컴 5천대를 생산했다. 그 이후 정부의 정보산업 육성정책등에 힘입어 우리나라 컴퓨터산업은 짧은 기간이지만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 지금은 32비트 퍼스컴을 생산하는 단계에까지 왔다. <연60%이상 성장>
생산규모도 빠른 속도로 늘어 83년 주변기기를 포함, 2억7백만 달러이던 생산규모는 84년 4억3천만달러, 85년5억2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어 86년엔 8억8천만달러, 87년엔 14억5천만달러, 88년엔 24억3천만달러를 기록함으로써 연평균 60%이상의 초고속 성장을 계속했다.
수출도 83년 1억달러를 돌파한 이래 85년 3억9천만달러, 87년11억4천만달러, 88년18억6천만달러로 늘어나는등 놀라운 신장세를 보이고있다. 이처럼 생산·수출이 늘면서도 아직 국내 컴퓨터산업이 국제기술에 못 미치는 때문에 수입도 계속해야 했다. 수입규모는 85년 2억8천만 달러에서 88년에는 7억8천만달러로 늘어 증가용이 수출증가속도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수출이 퍼스컴을 주종상품으로 하고 있는 반면 수입은 중·대형 컴퓨터가 주류를 이루어 외국과의 기술격차를 반영하고 있다.
컴퓨터는 용량에 따라 대형·중형·소형·퍼스컴등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 컴퓨터산업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용량이 적은 퍼스컴이 주도하고있으며 국내시장도 퍼스컴이 주류를 이루고있다.
지난84변 2천대에 불과하던 국내퍼스컴수요는 85년6천대, 86변 3만2천대, 87년6만대로 늘어났고 88년엔 22만대가 보급돼 현재 30만대이상이 보급돼있다.
특히 올해부터 정부의 행정전산망사업이 본격화되고 초중고교에서 컴퓨터교육이 실시되기 시작, 컴퓨터는 더욱 빠른속도로 보급될 전망이다.
게다가 각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인하를 단행, 현재 1백만원 이상인 l6비트XT기종이 연말까지 50만원까지 내려갈 전망이어서 컴퓨터 보급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노사분규등으로 제조업체들이 자동화·생력화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것도 컴퓨터업계로서는 전망을 밝게 해주는 요인이 되고있다.
국내 컴퓨터업계의 기술수준은 l6비트 퍼스컴XT기종과 AT기증을 생산, 수출주력상품으로 내놓아 해외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고 32비트컴퓨터와 휴대용(랩톱)컴퓨터를 자체개발에 성공, 수출하고 있는 수준이어서 국제적으로 큰 손색이 없다는 업계내의 평가다.
또 IBM의 신기종인 PS2 호환기종의 개방에도 성공, 본격 수출채비를 갖추고있다. 그러나 용량이 큰 중·대형컴퓨터부문에는 거의 손을 대지 못하고 있으며 국내수요마저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퍼스컴에서는 메인프레임이나 미니컴퓨터의 자체설계기술이 없고 터미널도 고해상도 기술이 부족하고 프린터도 정밀모터·프린터헤드등 정밀부품은 개발을 못하는 단계다.

<84개업체가 난립>
현재 국내 컴퓨터업계에는 삼성·금성·대우·현대등 대형 가전겸업메이커와 삼보·한국큐닉스·로얄등 전문메이커를 합쳐 84개업체가 난립하고 있다. 소형컴퓨터 생산은 기술과 높은 수준의 기능인력만 있으면 큰 자본없이도 가능하기 때문에 소규모 조립업체들이 의외로 많은 편이다. 그런만큼 판매경쟁이 치열하며 동시에 첨단제품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야 하고 신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어려움을 안고있다.
실제로 국내시장에서는 초중고교교육용 컴퓨터를 놓고 금성·삼성·대우·로얄등 8비트컴퓨터메이커와 그밖의 16비트컴퓨터메이커 간에 치열한 로비와 판촉전을 벌이고 있고 일반소비자 상대의 시장쟁탈전도 치열하다.
그러나 컴퓨터, 특히 소형컴퓨터시장은 역시 해외가 넓기 때문에 각사가 해외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적지않은 성공을 거두고 있기도 하다. 미국과 서독에 현지법인용 갖추고 있는 현대전자는 자체브랜드로 미국시장에 진출, 88년 미정부기관 납품적격업체(GSA)로 지정받았고 10만7천대의 PC를 판매, 미시장점유율 3·5%를 기록하면서 판매순위 6위 업체로 부상했다.
또 금년1∼2월에는 시장점유율이 6%로 상승했고 판매량 4위를 기록, 금년도 수출에 청신호를 던져주고 있다. 또 삼성과 삼보가 지난해말과 올4윌 PC판매를 위한 미국현지법인을 설립했고 금성과 대우도 미국에 각각 현지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지금까지 수출의 60%를 차지해온 미국시장 일변도에서 탈피, 유럽과 동남아·중남미등 지로의 전환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이들 해외현지법인은 판매뿐 아니라 선진기술을 흡수할 창구역할도 맡고 있음은 물론이다. 컴퓨터 기술과 관련, 국내 컴퓨터업계는 최근 세계최대의 컴퓨터 메이커 IBM과 치열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국내 메이커들은 그동안 대부분 IBM사의 호환기종을 생산해 왔는데 IBM이 최근 로열티사용료 지급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 IBM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국내업계는 소급분 5백만달러 지급해야 하고 매출액의 2∼3%를 지급해야하는 상황에 처하고 있으며 이때문에 금성·대우등이 반IBM대열인 EISA그룹(미국·유럽의 컴퓨터업체들이 주축이 돼 IBM에 대항하기 위해 만듦)에 가입하는등 IBM의 일방적 독주에 제동을 거는데 동참하고 있다.

<시장개방이 고비>
이밖에 국내 컴퓨터업계가 안고있는 문제점은 지난해 4월부터 컴퓨터수입이 완전 개방됨으로써 국내에서도 외국제품과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게됐다는 점이다.
우리의 기술수준이 아직 선진국에 비해서는 뒤떨어져 있기때문에 시장개방은 국내업계가 부닥치고 있는 가장 큰 위험으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컴퓨터 연구조합의 현호중전무는 이에 대항해 『국산컴퓨터 이용자에게는 은행등을 통해 융자를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며 컴퓨터 부품은 물론 이용하는 측면, 즉 소프트웨어에서도 표준화가 이뤄져야 우리기업이 외국업체와 경쟁력을 갖고 성장해 나갈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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