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으로 지급된 법인 신용카드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면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는 법인 신용카드로 2300여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출장비 600여만원을 챙긴 혐의(업무상 배임.횡령) 등으로 기소된 전 주택산업연구원장 이모(63)씨에 대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인 법인으로부터 받은 판공비 지출용 법인 신용카드를 업무와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쓴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골프를 함께 친 지인들은 연구원 운영과 직접 관련이 없는 등 업무의 연관성을 발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1998년부터 3년여간 주택산업연구원장을 맡아 매월 300만원의 판공비를 쓸 수 있는 법인 신용카드를 연구원으로부터 받았다. 이씨는 이를 이용해 170여 차례에 걸쳐 자신의 아내.친구들과의 골프비용과 식사비 등 2300여만원을 결제한 혐의다. 업무상 배임(형법 356조)은 다른 사람의 일을 대신 처리하는 자가 직무에 위배해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는 것으로,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이씨는 또 98년 6월 "11박12일간의 유럽 출장을 가겠다"며 1400여만원의 출장비를 지급받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절반 기간만 출장을 간 뒤 600여만원의 차액을 반환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횡령했으며, 대법원은 이를 유죄로 인정했다.
김종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