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진기자의오토포커스] 몸 낮추는 수입차업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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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도요타는 2001년 한국에 상륙하면서 한국인을 회장 자리에 앉혔죠. 역사 문제로 갈등을 빚는 곳에서 가급적 일본 냄새를 지우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진출 3년 후에야 일본인 사장이 전권을 잡았습니다. 올 1월 부임한 지키라 다이조(千吉良泰三) 신임 사장은 출근 첫날 간단한 인사말을 하고 바로 광주광역시의 도요타 딜러를 찾았습니다. 이후 일주일 동안 전국 10여 개 딜러점을 모두 방문했습니다. 그는 "현지에 맞는 현장 경영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도요타는 한국 진출 4년 만인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 1위 업체로 올라섰습니다.

2004년까지 수입차 시장 1위를 6연패한 BMW 역시 콧대 높은 독일의 자존심보다는 한국 소비자에 귀를 기울여 성공했습니다. BMW는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 중 한국에서만 벤츠를 제쳤죠. BMW는 지난주 수입차 업계 최초로 7시리즈에 한글 내비게이션을 달았습니다. 한국 소비자를 위해 독일 본사에서 2년간 개발했다고 합니다. 2002년에는 업계 최초로 1억7000만원짜리 7시리즈를 비행기로 공수했습니다. '빨리 차를 달라'는 한국소비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결과입니다.

크라이슬러는 올 초 '지프'에 전동식 사이드미러 접이 장치를 한국서 만들어 달았습니다. 비좁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엔 기본이죠. 미국의 넓은 주차장에선 필요없는 장비라 미국 본사는 들은 척도 안 했거든요.

폴크스바겐은 대중차 이미지로는 한국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보고 지난해 럭셔리 대형차 '페이톤'을 내놓았습니다. 페이톤은 지난해 미국에 철수했고 일본에서는 팔 계획도 없습니다.'W'폴크스바겐 마크를 단 1억원대의 이 차는 한국서 잘 팔렸습니다. 이에 힙입어 폴크스바겐은 지난달 수입차 업계 4위에 올랐습니다. '한국인은 크고 위압감을 주는 수입차를 좋아한다'는 것을 간파한 마케팅이었죠.

반면 혼다는 다릅니다. 독야청청(獨也靑靑)입니다. 철저히 '혼다식'을 고수합니다. 혼다코리아의 직원은 근속 20년이 넘어도 과장입니다. 일본식 직급 체계 그대로 따르고 있지요. 한국은 아직까지 타이틀이 중요한 사회입니다. 그래서 직원들의 불만이 많습니다. 동년배 경쟁사 직원은 대부분 부장이나 임원이거든요.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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