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형 강제입원' 혐의 이재명 측, "형이 불 지르겠다고 모친 협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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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1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1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 재판의 최대 관심사인 ‘친형 강제입원 시도 의혹’에 대한 법원의 첫 심리가 열렸다.

14일 오후 2시부터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심리에서 검찰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임했던 2012년 당시 분당보건소장 등을 압박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 없이 셋째 형인 고(故) 이재선씨(2017년 사망)를 강제 입원시키려 했다고 공소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 변호인단은 50여쪽에 이르는 파워포인트 발표자료를 통해 재선씨가 조울증을 앓아 자해 또는 타해 위험이 의심돼 전문의의 강제 진단을 받게 하려던 조치였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놓고 팽팽히 맞서

공판 초기부터 양측은 팽팽히 맞섰다. 이 지사 측 변호인단은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公訴狀 一本主義)’를 위배했다며 재판부에 공소기각 판결을 요청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공소장만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의 원칙이다. 재판부에 편견이나 선입견을 줄 수 있는 확인되지 않은 증거나 내용 등을 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검찰의 공소장은 24쪽에 걸쳐 있는데 공소사실과 무관한 피고인의 개인 가족사를 상세히 기록하는가 하면 검찰의 일방적인 법률적 견해를 마치 참고인의 진술처럼 기재했다”며 “(다툼이 있는 재선씨의) 심리상담 결과, (재선씨에 대해) ‘이 양반아’라고 한 피고인의 발언 등도 인용해 피고인에 대한 부정적 편견, 예단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변호인의 의견서를 어제 받았다.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 했는지가 쟁점이다 보니 (피고인이) 그런 시도를 할 수밖에 없는 형제 사이가 나빠지게 된 경위를 설명하기 위해 공소사실에 들어가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강제입원의 시도된 2012년 당시 재선씨가 정신질환으로 자신 또는 타인을 위해 할 위협이 있었느냐 역시 큰 쟁점이라 ‘재선씨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는 심리상담 결과를 기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지사 친형 정신건강 상태에서도 양측 이견

쟁점인 2012년 재선씨의 정신건강 상태에 대해서도 검찰과 변호인단은 상반된 이견을 보였다. 재선씨는 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보호자인 부인과 딸에 의해 2014년 11월 국립 부곡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이 된 바 있다.

검찰은 “그 전까지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 않았고 진단을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고, 변호인은 “부인이 재선씨를 부곡정신병원에 입원시킬 당시 진술 내용을 입수했는데 과거부터 조울증을 앓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변호인단은 “재선씨의 상태에 대해 공개된 법정에서 밝힐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며 “재선씨는 집과 교회에 불을 지르겠다고 모친을 협박한 바 있다. 피고인 동생의 진술에 따르면 어느 날 모친 집 소파 밑에서 흉기가 발견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리는 5차 공판에 출석하던 중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리는 5차 공판에 출석하던 중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변호인, "입원 아닌 강제진단 절차 진행한 것"

이어 변호인단은 “이 사건은 모친의 요청으로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수 있는 친형에 대한 강제진단 절차를 밟다가 중단한 것으로 강제입원이 아니다”며 “피고인은 만일 2012년 형이 진단을 받았다면 2017년 교통사고 후유증 등으로 숨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도 이 부분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 "2014년 전까지 정신과 치료받지 않아"

앞서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재선씨는 2014년 전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며 “피고인은 피고인의 시정을 비판해온 친형을 강제입원 시키려고 공무원 등에게 의무에 없는 일을 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오는 21일 공판 때는 6명 증인이 나올 예정이다. 재판을 마치고 나온 이 지사는 “사필귀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지사의 성남시장 재임시절 비서실장이었던 윤모씨도 이 지사와 같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최근 재판에 넘겨졌다. 윤씨는 지난 2012년 당시 이 시장으로부터 정신병원 강제입원 지시를 받은 뒤 분당보건소장 등에게 전달, 의무에 없는 일을 하도록 한 혐의다.

성남=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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