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역할 분담 보여 주셨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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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이었던 이모씨는 직장일 하랴 육아와 가사일 돌보랴 몸이 두 개여도 모자랄 정도였다. 게다가 아이를 돌봐주던 친정 어머니가 멀리 이사를 가면서 당장 아이를 맡길 곳도 찾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한 달 안에 아이를 돌봐 줄 사람을 찾지 못하면 회사에 휴직을 신청해야 할 처지가 됐다. 유급 2개월을 포함, 산후 휴가 1년이 명시돼 있기는 하지만 복직 후 뒤따를 불이익이 걱정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남편이 승진을 해 자연스럽게 일을 그만두고 육아에만 전념하기로 결정했고, 그 사이 아이를 한 명 더 가져 현재 두 명의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가 되었다.

그런데 집에서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회사에 다닐 때는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에 늘 아이에게 잘해주려고 했고, 아이가 쓸데없는 고집을 부려도 정성을 다해 달랠 수 있었다.

그러나 종일 같이 있다 보니 작은 일에도 자꾸만 화가 났고, 아이가 저지르는 실수에 짜증을 내는 자신의 모습을 종종 발견하게 됐다. 그래서 예전과 같이 직장생활을 하며 낮 시간 동안 아이들을 전문 유아교육기관에 보내 집보다 좋은 환경 속에서 재능을 개발해 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갖도록 돕는 게 어떨까 생각중이다.

전통적으로 노동을 통한 경제적 이득의 획득은 남자들의 몫이었고, 따라서 경제권도 남자들이 가지고 있었으며, 가정과 사회는 자연히 남자들 중심이었다. 여자들은 사랑받는 아내로 집안을 보살폈다. 자녀 교육이나 집안 살림은 당연히 여자 몫이었다.

그러나 최근 여성의 사회 참여율이 급등하면서 맞벌이 부부가 자연스러운 추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런데 여성이 사회에 공헌하는 비중은 높아지는 것에 반해 남편과 아내의 역할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아직은 여성이 가정과 육아를 전담하는 게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육아에만 전념한다고 해서 아이가 올바른 정서와 풍부한 감성을 갖고 자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온전한 자녀양육을 위해서는 남편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내가 남편의 협조를 적극적으로 끌어낼 필요가 있다. 가정의 크고 작은 일들을 남편과 아내가 함께 분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내는 담당을 정해 남편을 자연스럽게 가사에 참여하도록 이끄는 지혜와 적극성을 발휘해야 한다. 집안일뿐만 아니라 육아 또한 절반은 아빠 책임임을 인식시켜야 한다.

아내는 퇴근 후 아기를 돌보는 일만 전담하고 저녁을 준비하는 등의 가사는 남편이 하는 역할 분담도 권장할 수 있다. 비록 낮 동안은 아기가 부모와 떨어져 있더라도 퇴근 후 저녁 시간만은 충분하게 아기에게 할애할 수 있다면 정서 발달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부모의 역할 분담을 보고 자라나는 아이들은 남성과 여성의 성 역할을 따로 한정하지 않는 부가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한국 경찰사상 세 번째 여성 총경이며, 세 딸 모두 특목고를 졸업시키고 카이스트와 행정고시에 합격시킨 이금형 총경은 "고기를 잡아주기보다, 고기를 잡도록 동기부여를 한 것이 세 딸을 건강하고 강하게 키운 비결"이라고 밝혔다. 부모의 따뜻한 배려와 사랑뿐 아니라 어려움을 극복하며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가 인생의 좋은 교본이 되었던 것이다.
이재환 ((주)위즈코리아-위즈아일랜드 대표이사)

▶ 자료제공 = 위즈아일랜드 www.wizisland.co.kr 031-716-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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