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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광 트럼프가 삼킨 그림 같은 영국·아일랜드 그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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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호 24면

서현정의 월드 베스트 호텔&레스토랑  

아일랜드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링크스 & 호텔 둔버그. 해안을 따라 골프 코스와 호텔이 들어서 있다. [사진 트럼프 호텔 둔버그]

아일랜드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링크스 & 호텔 둔버그. 해안을 따라 골프 코스와 호텔이 들어서 있다. [사진 트럼프 호텔 둔버그]

하루가 다르게 복잡해지는 세계정세 속에서 전 세계가 한 마디 한 마디를 주목하는 사람, 도널드 트럼프.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처음부터 정치인은 아니었다. 성공을 거듭하며 엄청난 부를 만든 유명한 스타 비즈니스맨으로, 주요 사업 분야는 부동산업이었다.

‘디 오픈’ 4번 연 스코틀랜드 턴베리 #해안 풍경 살린 럭셔리 골프 리조트 #트럼프 스타일 거스른 둔버그 호텔 #아일랜드 시골의 소박한 정취 물씬

1946년 트럼프가 뉴욕 퀸스에서 출생했을 때, 그의 부모는 이미 뉴욕 인근에서 부동산 임대업을 하고 있었다. 트럼프는 명문 와튼 스쿨을 졸업한 뒤 가업에 참여하였고, 25세가 되던 1971년 본격적으로 사업을 물려받았다. 가족 이름으로 운영하던 작은 회사는 이후 분야를 확장하며 커 나갔는데, 대표적인 신규 사업이 호텔업이었다.

현재 트럼프 호텔 체인은 미국 7곳, 캐나다 1곳, 유럽 3곳, 모두 11곳에 이른다. 트럼프 호텔 체인에는 특징이 있다. 우선 대도시나 유명 관광지의 최고 요지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 특징은 럭셔리하고 거대한 건물이나 대형 리조트 형태로 되어 있다는 것. 그야말로 트럼프의 스타일이다.

디 오픈 4회 개최 - 스코틀랜드 턴베리  

스코틀랜드의 트럼프 턴베리 호텔 전경. 세계적인 골프대회 '디 오픈'을 4차례나 개최했던 역사적인 골프 리조트다. [사진 서현정]

스코틀랜드의 트럼프 턴베리 호텔 전경. 세계적인 골프대회 '디 오픈'을 4차례나 개최했던 역사적인 골프 리조트다. [사진 서현정]

그 중에도 예외가 있으니, 최근 연이어 오픈한 영국과 아일랜드의 골프 리조트들이다. 첫 번째가 스코틀랜드 북부에 있는 ‘트럼프 애버딘’이다. 2006년 구입한 뒤 리노베이션을 거쳐 2012년 본인의 이름을 딴 리조트로 재오픈했다. 다음은 2014년 구입해 16년 재오픈한 ‘트럼프 턴베리(Trump Turnberry)’와 아일랜드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링크스 & 호텔 둔버그(Trump International Golf Links & Hotel Doonbeg)’다.

이 리조트들은 대도시나 유명 관광지가 아닌 외진 곳에 있다. 트럼프는 오바마와 끊임없이 비교되는 와중에도 대통령이 된 첫 8주 동안 11회 라운딩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스코틀랜드와 영국 사람은 트럼프가 마치 쳐들어오는 것처럼 이 골프장과 리조트를 사들였다고 말한다. 리노베이션에도 천문학적인 비용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유난스러운 골프 사랑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우선 주목할 만한 곳이 턴베리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90km 정도 떨어진 서부 해안에 자리 잡고 있다. 바다와 골프장밖에 없는 황량한 곳이지만, 영국의 자부심이 담긴 세계적인 골프대회 ‘디 오픈(The Open)’을 개최한 영예로운 골프코스를 지니고 있다. 언제나 월드 베스트 리스트에 들어가는 ‘애일사 코스(Ailsa Course)’에서 1977년, 86년, 94년, 2009년 디 오픈이 열렸다. 바닷가의 울퉁불퉁한 사구와 초지를 자연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 링크스 코스의 특징인 만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이곳에서 골프를 즐겼을 것이다. 인간의 손으로 홀을 다듬어 골프장으로 개장한 것은 1901년. 5년 후 여기에 웅장한 그랜드 호텔도 더해졌다.

트럼프 턴베리 호텔의 상징 해안 등대. 등대 안에 스위트 객실이 마련돼 있다. [사진 서현정]

트럼프 턴베리 호텔의 상징 해안 등대. 등대 안에 스위트 객실이 마련돼 있다. [사진 서현정]

트럼프는 이곳을 6000만 달러(약 670억원)에 사들여 이름을 바꾸고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했다. 골프 코스는 업그레이드되었다. 3개 코스 37홀에 콜린 몽고메리 골프 아카데미도 갖추었다. 100년 전부터 턴베리의 상징이었던 해안 등대에는 스위트 객실이 만들어졌고, 건물 구석구석은 더욱 화려하고 대범하게 장식되었다. 건물과 골프 코스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테라스 계단에 서면 트럼프가 꿈꾸는 세상이 바로 이곳이 아닐까 감탄을 하게 된다.

아쉬운 점은 영국 왕립골프 협회가 더이상 이곳에서 디 오픈을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의 인종 차별적인 언사가 전 세계 골퍼들이 모이는 행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트럼프 이름을 달고 있는 동안 턴베리에서는 디 오픈을 열 수 없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정취 물씬 -트럼프 호텔 둔버그 

트럼프 둔버그 호텔. 대서양을 내다보는 해안 구릉지대에 호텔 리조트와 링크스 코스가 들어서 있다. [사진 트럼프 호텔 둔버그]

트럼프 둔버그 호텔. 대서양을 내다보는 해안 구릉지대에 호텔 리조트와 링크스 코스가 들어서 있다. [사진 트럼프 호텔 둔버그]

턴베리는 그랜드 리조트이기라도 하지만, 아일랜드 서쪽 끝에 있는 둔버그 리조트는 더욱 트럼프와 어울리지 않는다. 어딘가 처연하고 소박한 아일랜드의 자연과 정서에 트럼프의 취향이라니. 상상하기 어려운 조합이다. 어느 대도시에서도 접근성이 떨어져 알려지기도 어려웠다. 1500만 유로(약 191억원)를 들여 구입했다는데, 엄청난 자본은 이 또한 새롭고 매력적인 골프 리조트로 변신시켰다.

아일랜드 특유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트럼프 둔버그 호텔. [사진 트럼프 둔버그 호텔]

아일랜드 특유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트럼프 둔버그 호텔. [사진 트럼프 둔버그 호텔]

2002년 그렉 노먼이 재설계한 챔피언십 코스와 아일랜드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코티지 숙소가 둔버그의 자랑이다. 새하얀 벽과 회색 지붕의 굴뚝, 에메랄드빛이라고 표현되는 전원과 골프코스, 거기에 대서양이 선사하는 최고의 전망과 아일랜드 특유의 따뜻한 환대가 더해진다. 수많은 여행 잡지와 골프 잡지의 베스트 리조트상과 뉴 골프코스상을 수상했다. 대서양에 붙은 16, 18번 홀이 시그니처로, 길이 1.5마일(약 2.4㎞)에 달하는 초승달 해안을 따라 디자인 된 링크스 코스다.

원래 트럼프 호텔 스타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일랜드 사람이 운영하는 전통 아일랜드 느낌의 리조트라면 좀 더 쉽게 관심이 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고를 추구해온 트럼프 호텔 브랜드의 능력과 경험도 믿는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탄 같은 사람이라지만, 이 리조트들을 방문해보면 인간 트럼프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서현정 여행 칼럼니스트 shj@tourmedici.com

인류학 박사이자 고품격 여행사 ‘뚜르 디 메디치’ 대표. 흥미진진한 호텔과 레스토랑을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품격 있는 여행 정보를 알려주는 여행사가 없어 아예 여행사를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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